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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머지 않았음을 알았을 때 깨달아지는 것

[줄리아 투자노트]

줄리아 투자노트 머니투데이 권성희 부장 |입력 : 2015.11.21 06:31|조회 : 99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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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마지막 말이라는 글이 공유되고 있다. 사업으로 성공의 절정을 맛 보았지만 병상에 누워 삶을 돌아보니 그간 자랑스러워 했던 세상의 인정과 부는 다가오는 죽음 앞에 희미해져 가고 의미가 없다는 것,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부가 아니라 사랑으로 함께 한 기억뿐이라는 것, 지금 삶의 어느 단계에 있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인생의 종말을 맞게 된다는 것, 그러니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다.

이 글의 출처는 알 수 없다. 정말 잡스가 한 얘기인지도 확실치 않다. 아마 아닐 공산이 크다. 2011년 11월30일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잡스의 누이 모나 심슨이 전한 그의 마지막 말은 “오 와우, 오 와우. 오 와우”였다. 그럼에도 이 글이 잡스의 마지막 말이라고 SNS상에서 공유되고 있는 것은 잡스가 생전에 했던 말들과 일맥상통하는데다 돈과 세속적 성공이 최고의 가치로 평가받는 삭막한 세상에서 가슴 울리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임종철 디자이너
/임종철 디자이너

최근 개인적으로 잡스의 마지막 말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던 일이 있었다.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결과가 좋지 못했다. 의사는 앞으로 건강관리만 잘하면 별 문제 없다고 말했지만 어쨌든 세상 끝날까지 병과 함께 동거해야 한다. 평생 한 번도 크게 아파본 적이 없었기에 당연히 놀랐다. 늘 고령화를 걱정하며 이제는 평균수명 100세 시대이니 장수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난생 처음으로 ‘나는 장수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오래 살아봤자 60세 남짓일 수도 있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죽음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언제든 나에게 닥쳐올 수 있는 반갑지 않은 친구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언젠가는 죽는다. 그 언젠가가 생각만큼 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새삼스러운 자각은 처음엔 충격과 고통이었지만 기대 이상의 선물도 안겨줬다. 건강하지 못하다는 진단이 내게 선사한 가장 귀중한 선물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분별하게 됐다는 점이다. 나름대로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안나푸르나 트레킹하기라든가, 박사 학위 따기라든가, 중국어 배우기라든가. 그런데 내 인생의 시간이 한정돼 있다는 것, 특히나 건강하게 움직이며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제한돼 있다는 것을 깨닫자 그 버킷리스트가 전혀 의미가 없었다.

정말 내게 소중한 것은 거창한 이벤트 같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아니라 그동안 한번도 가치 있다고 느끼지 못했던 일상생활이었다. 매일 출근해 일하는 것, 좋은 사람들과 식사하며 대화하는 것, 가족과 함께 영화나 TV를 보거나 가까운 곳을 산책하는 것,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와 전화로 얘기하는 것,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며 낄낄거리는 것. 영화 ‘러브스토리’에서 여주인공 제니의 선택도 그랬다. 제니가 백혈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자 남편 올리버는 제니가 젊었을 때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가려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파리로 여행을 가자고 한다. 하지만 제니는 거절하고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매일 해왔던 일상생활을 계속한다.

당신이 지금 지긋지긋해 하는 일상생활이, 힘겨운 현실이, 당신은 지금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먼 미래에 돌아보면 가장 소중한 자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됐을 때 후회하게 되는 것은 세계여행을 못한 것도, 돈을 더 벌지 못한 것도, 사장 자리에 승진하지 못한 것도 아니다. 가족과 좀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좀더 여유롭게 인생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것, 미래에 대비하느라 ‘지금’을 살지 못한 것이다.

우리 인생은 준비하다 끝이 난다. 어릴 땐 대학 입학 준비를, 대학 들어가선 취업 준비를, 취직하고선 결혼 준비와 내 집 마련 준비, 자녀 교육 준비를, 자녀가 어느 정도 큰 다음엔 노후 준비를 한다. 이렇게 준비를 하다 보면 늙어 기력이 쇠해 이젠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 막상 준비해 맞게 되는 마지막은 죽음이다. 결국 죽음을 향해 달려 가느라 살아 있는 지금의 기쁨을 만끽하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SNS에 떠도는 잡스의 마지막 말처럼 지금 이 순간 주위 사람들과 함께 사랑의 기억을 많이 만드는 것, 그것이 죽음의 병상에서 풍요로울 수 있는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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