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전셋값 2.8억→3.7억…'출근 요지' 이름값

- 1층이나 철로·대로변 등 입지 나빠도 품귀
- 보증금 안올리고 월 60만원 반전세 전환도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이전 세입자가 보증금 2억8000만원에 전세로 살았는데 지금은 3억8000만원에 나왔어요."(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I공인중개소)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일대 공인중개소 10여곳을 찾아 전세를 문의한 결과 대부분 “물건없다”는 말만 되돌아왔다. 전세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세보증금은 올 초보다 1억원씩 올라 있었다. 그나마 나온 매물은 1층이거나 철로·대로변에 있어 입지가 좋지 않았음에도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신도림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는 단지별로 1~2개씩밖에 없다고 보면 된다”며 “수요가 많다보니 입지가 좋지 않은 전세물건도 금방 계약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지하철 1·2호선이 지나는 신도림역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10만명에 달하는 복잡한 역사다. 강남·북으로 출퇴근이 용이하다보니 직장인이나 신혼부부 등의 주거수요가 상당하다는 게 지역 중개업계의 분석이다. 수요는 많지만 저금리 기조로 전세공급이 줄면서 신도림동 일대 전셋값은 1년새 1억원이나 뛰었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월 2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된 신도림동 D아파트 59㎡(이하 전용면적)는 올 10월 3억7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바로 옆 A아파트 60㎡는 1월에 2억9000만~3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8월과 9월엔 각각 4억원, 3억9000만원에 계약됐다.

D아파트와 길 하나 건너에 있는 E아파트의 경우 84㎡ 전세보증금이 1월에는 4억7000만~5억원이었지만 현재 호가는 6억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는 지난 8월 전세보증금 5억3000만원에 거래된 것이 가장 최근 기록이다.

신도림동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올 들어 전세난이 심해지다보니 보증금을 2년 전보다 1억원씩 올린 집이 꽤 있다”며 “보증금은 그대로 하고 월세를 50만~60만원씩 받는 반전세 형태로 돌린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이 늘면서 전세매물 자체가 귀해졌다는 분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139건이던 신도림동 전세거래는 지난달 60건으로 급감했다.

97건의 전세거래가 이뤄진 지난해 10월에 비해서도 거래가 약 40% 줄었다. 반면 월세거래는 올 1월부터 10월까지 47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7건)보다 2.65배 증가했다.

전세가 귀해지다보니 전셋값은 자연히 뛰었다. KB국민은행이 분석한 결과 지난달 구로구 일대 아파트 전셋값은 3.3㎡당 평균 1191만원으로 전달(1168만원)보다 2.01% 상승했고 지난 1월(1030만원)에 비해선 15.6%가 올랐다. 전세보증금이 폭등해도 세입자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재계약할 수밖에 없다.

신도림동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교통이 편리하고 백화점, 대형마트가 있어 신도림동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보증금을 몇 천만원 더 주더라도 대부분 재계약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