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미잘 실크, '바이오 수소' 해양생물자원의 변신

포항공대 차형준 교수팀은 말미잘 단백질의 유전자를 재설계해 새로운 실크단백질을 미생물을 통해 만든 뒤 실크섬유를 제작하는데 성공했다./사진제공=해양수산부

정부가 해양생물을 활용해 신소재를 만들거나 수소를 생산하는 '해양바이오산업'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생산단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실생활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가 해양생물자원확보와 산업화 기술개발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불과 10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해수부가 지원하는 해양바이오산업신소재 연구단은 지난 7월 홍합이 바위 등에 부착할 때 사용하는 접착단백질을 활용, 수술용 실을 대체할 수 있는 의료용 접착제를 개발했다. 지난 9월에는 이를 더 발전시켜 외부인체 조직뿐아니라 내부 장기 수술시 사용할 수 있는 의료접착제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대장이나 방광 등 내부 장기를 수술할 때 수술용 실을 대체할 수 있는 인체에 무해한 접착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홍합 접착단백질을 활용해 임플란트 수술 시 치아를 지지하고 뼈형성을 돕는 '골바인더'도 개발했다.

의료용 접착제가 활용될 수 있는 세계 의료봉합 및 접합시장은 연간 140억달러(약 15조원) 규모에 달한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한 홍합 기반 수중접착제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세계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의료용 접착제는 내년부터 임상실험에 들어가 이르면 2017년 하반기에 제품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홍합유래 접착단백질/사진제공=해양수산부

말미잘에서는 실크섬유를 뽑아내는 데 세계최초로 성공했다. 말미잘이 가벼운 자극에도 팽창, 수축하며 길이가 최대 5~10배까지 차이나는 특성에 착안해 실크와 유사한 성질의 단백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말미잘의 유전자 서열을 분석한 결과다. 대량생산에만 성공하면 수술용 봉합사, 방탄소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심해저 고세균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해내는 데도 성공했다. 수심 1650m 깊이의 심해저 열수구(화산 물질이 분출되는 지표의 출구)에서 분리한 이 초고온성 고세균(NA1)을 이용한 수소 생산기술은 기존에 보고된 혐기성 박테리아를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최고 15배까지 생산성이 높다.

2019년까지 대량생산기술 개발을 완료할 경우 일산화탄소를 활용한 바이오 수소 생산이 가능해져 국내 수소 수요의 약 5%(연간 1만톤, 1000억원 규모)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전지 1만톤이면 연평균 2만km 주행하는 자동차 5만대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연료전지로 활용해 전기를 생산할 경우 4만가구(월 평균 300KWh 가정)가 1년동안 전력을 소비할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구 생물의 80%가 해양에 살고 있을 정도로 해양수산생명자원의 다양성이 높지만 아직 개척할 것이 많은 분야"라며 "해양생물자원의 제품화 성공률은 육상생물자원의 2배 이상인만큼 해수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해양 바이오산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