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M&A'로 사업 영역 확장 속도낸다

SK그룹 서린동 사옥 전경

지난 8월 경영에 복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넓히고 있다. 이달 초 케이블TV사업자 CJ헬로비전 인수를 결정한데 이어 반도체 제조용 특수가스 생산기업인 OCI머티리얼즈도 인수에도 나섰다.

SK㈜는 24일 OCI가 보유한 OCI머티리얼즈 지분 49.1%를 4816억원(주당 9만3000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OCI머티리얼즈는 1982년 경상북도 영주에 설립된 곳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특수가스 삼불화질소(NF3) 등을 제조한다.


SK그룹은 이번 OCI 머티리얼즈 인수로 반도체 소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됐다. 반도체 소재 사업은 제조 기업과의 기술 협업 등 협력 관계가 중요한 만큼 국내 반도체 제조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소재는 반도체 제조 공정의 난이도가 높아져 공정 내 사용량이 증가하고, 그 역할과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용 특수 가스는 공정 미세화, 3D 낸드플래시의 본격화에 따라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SK 관계자는 "이번 OCI 머티리얼즈 인수를 계기로 향후 글로벌 기업과의 사업 협력 및 중국을 포함한 해외시장 공략 등을 통해 관련 사업을 적극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SK텔레콤은 100%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를 통해 CJ오쇼핑이 보유한 CJ헬로비전 지분 중 30%를 5000억원(주당 2만1520원)에 인수해 합병한다고 밝혔다.

통신업계는 IPTV(인터넷TV) 2위 사업자와 SO(사업자 1위의 만남으로 ‘유료방송업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의 포화로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던 SK텔레콤은 자회사를 통해 외형을 확장하고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은 유공(현 SK이노베이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의 인수를 통해 성장했고, 2011년에는 하이닉스(SK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성장 동력을 만들어 왔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SK하이닉스가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17조1256억원, 영업이익 5조109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규모는 SK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었다. SK의 양 날개인 정유사업이 37년만에 적자를 기록하고, SK텔레콤이 정체된 상황에서 그룹의 버팀목이 됐다. 재계는 최 회장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았다면, 정유산업 위기와 통신사업의 침체가 SK그룹을 더욱 짓눌렀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SK는 앞으로도 M&A를 추가로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8월 통합된 SK㈜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과 SK네트웍스가 신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하기 때문이다.

SK㈜는 최근 원료 의약품 생산·판매 회사인 SK 바이오텍의 증설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통합법인 출범 당시 밝힌 IT(정보기술)서비스, ICT(정보통신기술)융합, 반도체 소재·모듈, 바이오·제약, LNG(액화천연가스) 밸류체인 등 5대 핵심 성장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재무구조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도 미국 셰일가스기업 M&A, 자원개발 등을 통한 저유가 시대 생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오클라호마 및 텍사스 광구 개발 이외에 현지 셰일가스 광구 추가 인수 방안을 검토중이다.

최근 면세점 사업자에서 탈락한 SK네트웍스의 행보도 주목된다. 지난 2월 KT렌탈(현 롯데렌탈)인수, 7월 신규 면세점 사업자 선정 등에도 연이어 실패해 신규 및 기존 사업 강화가 필요하다.

SK 관계자는 "이번 인수 건을 포함해 그룹의 5대 핵심 성장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신규 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