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앨러간' 세계 최대 '제약공룡' 탄생, 국내 영향은?

글로벌 2위 제약사 화이자와 1위 보툴리눔톡신 업체 앨러간 합병으로 세계 최대 제약사가 탄생한다. 화이자의 연구개발 자금이 앨러간에 투입될 경우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특히 보툴리눔톡신 제조·판매 업체에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와 앨러간 양사 이사회는 합병을 전원일치로 승인했다. 양사 합병은 올해 이뤄진 기업 간 인수합병 가운데 최대 규모다. 양사 시가총액은 370조원(3200억 달러)에 육박한다.

화이자와 앨러간의 지난해 매출액은 각각 449억 달러, 72억 달러로 합병회사의 매출액은 세계 1위 제약사 노바티스(지난해 매출 513억 달러)를 뛰어넘는다.

양사 합병은 특히 세계시장 공략을 추진 중인 국내 보툴리눔톡신 업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보툴리눔톡신은 얕은 주름을 개선하거나 발달한 근육의 크기를 줄여주는 시술에 쓰이는 물질이다. 앨러간 제품 '보톡스'가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앨러간은 3조5000억원 규모의 세계 보툴리눔톡신 시장 중 75%를 장악하고 있다.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매년 10%씩 성장 중이다.


우선 국내 1위 보툴리눔톡신 업체 메디톡스 (132,000원 ▼500 -0.38%)는 양사 합병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메디톡스는 앨러간과 기술제휴를 맺었다. 메디톡스는 2013년 앨러간에 차세대 액상형 보툴리눔톡신 ''이노톡스'를 3억6200만 달러에 기술수출했다. 이노톡스는 현재 미국과 유럽 임상 3상 준비 단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금동원력과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갖춘 화이자가 메디톡스의 차세대 액상형 보툴리눔톡신 개발과 판매를 강도 높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앨러간은 메디톡스 제품에 대한 적응증 확대도 계획한 만큼 이 부분의 개발 추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 (108,300원 ▼900 -0.82%)과 휴젤파마는 화이자와 앨러간 합병이 달갑지만은 않다. 대웅제약은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톡신 제품 '나보타'의 미국과 유럽 임상 3상 마무리 단계로 국내 보툴리눔톡신 업체 중 선진시장 진입 단계가 가장 빠른 상태다.

일본, 태국, 칠레 등 20개국에 보툴리눔톡신 제품을 판매하는 휴젤파마도 미국 임상을 준비 중이다. 앨러간과 제휴를 맺은 메디톡스의 선진시장 영향 확대가 속도를 낼 경우 두 업체에는 득보다 실이 많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부에서 양사 합병이 어떤 영향을 줄지 파악 중"이라며 "국내 시장에서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화이자와 앨러간의 합병은 세계 각국에서 반독점 규제당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화이자가 미국의 높은 법인세율을 피하기 위해 앨러간과 합병한 뒤 합병 회사 본사를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로 이전하려 한다는 주장도 제기돼 최종 합병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종 합병이 성사된다 해도 화이자가 메디톡스의 차세대 액상형 보툴리눔톡신 개발 시장성 등을 재평가할 수 있다"며 "국내 업계에 대한 정확한 영향 평가는 시간이 지나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