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청년배당 조례통과…서울·경기도 '청년사업'은?

성남시 의회가 만 19~24세 청년들에게 연간 1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배당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은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 사업과 함께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추진 중인 대표적인 청년실업 대책이다.

정부는 이들 지자체의 정책을 '포퓰리즘'(Populism)으로 규정하는 등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 차원의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높다. 정부는 해당 지자체에 대한 제재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성남시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청년배당 조례안을 가결시켰다. 조례안대로라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성남시에 주민등록을 두고 3년 이상 거주해 온 19~24세 청년들은 분기당 25만원의 청년배당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정부의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2항은 "지자체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규정에 따라 성남시는 지난 9월25일 복지부에 협의를 요청했다. 청년배당 신설에 따른 복지부의 수용 여부가 결정되는 절차다. 복지부는 90일 이내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따라서 다음달 중순까지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복지부 내부적으로 청년배당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자체에서 별도로 청년실업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중복사업'이라는 판단에서다. 복지부는 법에 규정된 '협의'가 '승인'의 의미라는 법제처의 해석까지 받아둔 상황이다.

상황이 복잡하긴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활동지원 사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청년실업 대책을 들고 나왔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 사업은 성남시의 청년배당과 성격이 약간 다르다. 중앙정부와의 갈등 양상 역시 차이를 보인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 사업은 만 19~29세 저소득층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건부 지원을 하게 된다. 활동계획서를 심사한 뒤 대상자가 결정되는 구조다. 활동비는 2~6개월간 월 50만원이다. 성남시처럼 모든 청년에게 수당을 주지 않는다.

서울시는 이 사업이 사회보장제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복지부와의 협의도 거부하고 있다. 난감해진 복지부는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협의절차를 밟으라"며 압박하고 있다. 법제처에 사회보장제도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법령해석도 요청했다.

갈등 양상이 복잡하게 진행되자 부총리까지 나섰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혜성 현금지급 같은 포퓰리즘 정책은 청년일자리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특히 "패널티를 부과해서라도 무분별한 무상복지 사업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대간부회의 발언이 외부에 공개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작심발언이다.

최 부총리의 발언처럼 중앙정부 차원의 제재수단도 이미 마련됐다. 행정자치부는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시 사전협의을 위반하면 지출금액 만큼 지방세 교부금을 깎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만약 성남시가 복지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년배당을 강행할 경우 113억원 규모의 교부세를 못 받게 된다. 성남시는 내년에는 우선 24세 청년 1만1300명(예산 113억원)을 대상으로 청년배당을 시작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 사업 예산은 90억원이다.

일각에서는 형평성 문제도 거론한다. 경기도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청년통장'의 경우 중앙정부가 큰 이견을 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저소득층 근로청년이 10만원을 저축하면 경기도가 10만원을 지원하는 형태다. 경기도는 서울시, 성남시와 달리 여당 지자체장이 속한 곳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성남시 청년배당은 다음달 중순까지 결론을 내서 성남시에 통보하고,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은 법령해석 부분을 명쾌하게 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교부금 외의 제재수단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