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는 논술폐지, 다른 사립대는 '반발'…왜?

이화여대 2016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치러진 22일 서울 서대문수 이화여자대학교 교정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고사장을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지역 6개 대학이 고려대와 달리 논술전형 존치를 내세우면서 대학들의 '입시 셈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주요 사립대학들이 성적 상위 학생을 뽑기 위해 운영해 온 논술고사를 고수하면서 '카르텔의 유혹'을 버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현장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옳은 판단을 한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 등 6개 대학 입학처장은 지난 24일 "고교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2018학년도 대입전형 설계의 전반적 방향을 공개한다"며 "논술전형을 폐지하거나 정원을 급격히 감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는 신입생 입학 업무와 관련,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만남을 지속해 온 9개 대학 처장 모임에서 결정된 것이다. 원래 9개 대학 처장 모임에는 고려대가 포함돼 있었으나, 고려대의 논술폐지가 사안이 된 만큼 고려대를 제외한 8개 대학 입학처장들이 상의 끝에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하지만 고려대 외에도 2018학년도 입학전형에서 변화를 준비 중인 서강대와 경희대는 이번 발표에 동참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엘리트주의'로 뭉쳤던 9개 대학의 카르텔이 깨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논술고사는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성적 상위 학생을 뽑기 위해 각 대학이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전형"이라며 "고려대가 논술고사라는 특권을 버리고 학생부종합전형을 대폭 확대하자 나머지 사립대학들이 일종의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사교육계 관계자는 "고려대와 비슷한 방식으로 논술전형을 수년 전부터 폐지한 서울대의 경우 학생의 질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고려대는 이를 알고도 기꺼이 같은 방법을 선택했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이 학교 현장과의 신뢰를 전제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는 비교과를 중시하는 풍토가 더욱 확산돼 일반고 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6개 대학이 대학입시 제도의 안정적 정착 측면에서 옳은 선택을 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2009년부터 이과 학생들의 논술을 지도해 왔던 장모 교사는 "상위권 대학의 논술고사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으로 초빙돼 문제를 훑어보면 논술고사도 예전에 비해 훨씬 쉬워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연세대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들이 교과서 범위 내에서 논술고사를 출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고려대가 논술을 없앤다는 것은 오히려 현장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려대의 입시개편안을 처음으로 적용받는 고1 학생들의 혼란을 이유로 6개 사립대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사립대학의 한 입학처장은 "사교육을 조장하는 논술전형의 단점만 볼 게 아니라 글쓰기 실력을 키워준다는 장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상위권 학생들은 이미 2018학년도 입시를 올해부터 준비했을 텐데, 지금처럼 자주 입시정책을 흔들면 학생들이 혼란을 느끼며 사교육을 찾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고려대는 사교육 유발 비판이 많았던 논술전형을 폐지하는 대신 고교추천전형 확대, 특기자전형 및 정시전형 축소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2018학년도 입시 개편안'을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