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로 흥한 잇츠스킨, 달팽이가 발목

달팽이크림으로 2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잇츠스킨이 오히려 달팽이크림 때문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잇츠스킨은 다음달 28일 코스피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으로 잇츠스킨의 매출 중 달팽이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89%로 절대적이다. 올 3분기까지 잇츠스킨은 매출 2253억원, 당기순이익 620억원을 올렸다.


잇츠스킨의 희망 공모가는 주당 20만8500~25만3000원으로 총 2215억~2688억원을 공모한다. 희망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한 예상 시가총액은 2조2390억원이다. 지난 7월에 상장한 토니모리 시총의 4배 수준이다.

2006년에 설립된 잇츠스킨이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2009년에 출시한 달팽이크림(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 덕분이다. 지난해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잇츠스킨의 매출은 2419억원으로 전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잇츠스킨이 보유한 달팽이 제품은 총 39개다.

달팽이크림을 통해 급성장했지만 달팽이크림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오히려 단점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원료인 달팽이 점액물질의 수급이나 중국 유통과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제품이 현재 없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일반 온라인 쇼핑몰이나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화장품을 팔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위생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달팽이 제품 대부분이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마유, 달팽이 등 동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한 제품의 경우 위생허가를 받기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잇츠스킨은 현재 60여개의 제품에 대해 중국에서 위생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현지 오프라인 판매가 힘든 만큼 잇츠스킨은 중국 수출도매상(따이공)과 역직구(중국에서 온라인 등을 통해 직접 구매)를 주요 판로로 쓰고 있다. 특히 도매상들은 매출에서 43.8%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다. 업계는 중국 정부가 세관에서 위생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의 반입을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경우 잇츠스킨이 받을 타격이 클 것으로 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화장품회사의 경우 중국 매출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며 "한두 가지 상품으로만 시장을 공략하면 그만큼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스크팩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산성앨엔에스의 경우 따이공 규제와 메르스 영향으로 지난 6월에 10만원대였던 주가가 현재 3만7000원대로 급락했다.

이 관계자는 "달팽이 크림은 SNS로 긍정적인 이야기가 퍼지면서 매출이 급증한 만큼 반대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며 "최근 공모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공모가가 높은 것도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