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면세점, 5년은 너무 짧다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두산 (135,000원 ▼2,000 -1.46%)이 특허 기간인 5년 동안 얻는 이익으로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면세점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와 명품 브랜드 유치 여부, 면세사업 특허수수료 인상 등 불확실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이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 동대문에 있는 두산타워 9개층에 총 면적 1만6825㎡ 규모의 면세점을 조성하는데 들어가는 초기 투자비용이 2000억~3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두산타워 건물공사와 물품 구입, 브랜드 입점 유치, 면세점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등에 따라 투자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그룹이 면세점을 잠실 롯데백화점에서 월드타워몰로 이전하는데만 약 3000억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초기 투자비용이 큰 만큼 면세점 특허기간인 5년 동안 이를 회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두산이 계획대로 내년 상반기 면세점 사업을 시작하고 첫 해부터 당장 1조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해도 영업이익률을 5%로 가정하면 5년간 벌어들이는 이익은 2250억원(첫해는 반기만 계산)에 그치기 때문이다. 전국에 있는 17개 시내 면세점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5% 수준으로 추정된다.

명품 브랜드 유치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어떤 브랜드가 입점하느냐는 면세점 사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두산이 면세점 사업이 처음인데다 5년으로 한정된 특허 기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수요 등을 고려할 경우 주요 명품 브랜드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 다음달 오픈하는 서울 용산 HDC신라면세점과 여의도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면세점에도 샤넬과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았다. 두산의 경우 460여개 브랜드의 입점의향서(LOI)를 받았다고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가격 등 조건이 맞지 않으면 틀어질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면세사업 특허수수료 인상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소수 업체에 면세사업의 이익이 편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현재 매출액의 0.05% 수준인 특허수수료율을 0.5%~5%까지 올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면세사업 특허수수료율 인상은 사업자의 이익 감소로 직결된다.


주식시장에서도 두산의 면세점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가 반영되는 모습이다. 두산 주가는 지난 14일 면세점 사업권 획득 발표 이후 이날까지 12.9% 하락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재무적으로 튼튼한 회사가 아닌 만큼 초기 투자 비용이 큰 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분위기"라며 "더구나 만약 5년 뒤 특허를 연장하지 못할 경우 재고와 입점 브랜드 비용 지불 등으로 추가적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두산 면세점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KB투자증권은 두산 면세점 사업이 2017년부터 매출액 1조원을 넘어서고 영업이익률이 10%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산 관계자는 "건물 공사와 물품 구입 등 초기에만 최소 2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예상된다"며 "주요 브랜드와 입점 협상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