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터카'에 꽂힌 대우·신한, 800억에 덜미

롯데그룹의 KT렌탈(현 롯데렌탈) 인수 백기사를 자처했던 KDB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롯데렌탈의 회사채 인수단으로 낙점됐다가 투자자를 모으지 못해 발생한 미매각 물량 때문에 속을 태우고 있다. 롯데렌탈 리스크가 불거진 데다 회사채시장 투자심리도 위축된 상황에서 미달된 물량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다.


27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이 지난 24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800억원 물량이 미매각됐다. 미매각 회사채는 대우증권 (7,150원 ▼140 -1.92%)과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인수단으로 참여한 6개 증권사가 나눠 떠안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들 증권사가 인수 물량을 처분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통상 청약 미달로 증권사가 떠안은 회사채는 수수료를 받은 만큼 추가 금리를 붙여 지점에서 소매 판매하는 방식으로 해소한다. 하지만 롯데렌탈 회사채의 경우 수수료가 인수금액의 0.15%로 일반적인 회사채의 절반에 그쳐 추가 금리를 더할 수 있는 여력이 많지 않다.

롯데렌탈이 올 초 롯데그룹에 인수된 뒤 실적이 급감하면서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도 미매각 물량 처분에 걸림돌이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롯데렌탈의 누적 순이익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이상 줄었다. 연결회사를 제외한 롯데렌탈 자체의 별도 실적은 순손실 3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시장 관계자는 "실적악화가 계속될 경우 롯데렌탈의 신용등급이 'AA-'에서 'A+'나 'A0'로 떨어질 수 있다"며 "최근 'AA-'등급 회사채 미매각이 유독 늘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서 등급 강등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롯데렌탈 신용등급이 떨어질 경우 국내 운용사 펀드에서 담을 수 있는 채권의 신용등급이 대부분 'AA'급 이상이라는 점에서 처분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증권사는 채권보유 한도가 있기 때문에 내부 규정에 따라 수요예측에서 미매각돼 떠안은 회사채를 일반적으로 3개월 안에 처분해야 한다. 특히 올해 회계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미매각 회사채를 처분할 가능성이 적잖다.

증권가에서는 대우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훈장을 받으려다 발등을 찍혔다'는 얘기가 나온다. 두 증권사는 롯데렌탈 인수전에서 롯데그룹에 사실상의 주식담보대출 형식의 TRS(토탈리턴스왑)로 총 3100억원을 역대 최저 금리인 연 2%대로 지원했다. 차량렌탈 시장의 성장성 못지 않게 롯데그룹의 신용도와 차후 거래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롯데렌탈이 지난 7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대우증권은 대표주관사로, 신한금융투자는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당시에는 기관 수요가 발행예정금액의 2배 이상 들어오면서 최종발행규모가 2500억원으로 증액됐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IPO(기업공개)나 회사채 발행, 인수금융 등에서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기업과의 관계를 우선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다만 5개월만에 상황이 뒤집힐 줄은 대우나 신한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