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보살피며 생명보험 나눔실천..한화생명 '도담도담 센터'

한화생명이 지원하는 '도담도담 지원센터'에서 이른둥이들이 언어 재활치료 수업을 받고 있다./사진제공=한화생명

#. 2012년 11월 14일, 26주 4일 만에 910g으로 태어난 지수(5세·여)의 어머니 천소영(41세) 씨는 딸을 처음 본 순간을 잊지 못했다. 제왕절개 수술 후 정신을 차리고 본 아이는 빨갛게 부은 작은 몸에 주삿바늘을 가득 꽂고 있었다. 천 씨는 "첫째, 둘째를 무사히 출산했기 때문에 조산은 꿈에도 생각못했다"며 "셋째를 낳은 나도 이런데 첫 출산에 이른둥이를 낳는 부모는 얼마나 당황하겠느냐"고 말했다. 지수는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받은 뒤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80여일 만에 퇴원했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장천공(장이 뚫려 음식물이 복강에 흘러들어 가는 병) 수술로 또 입원했다. 병원비만 1000만원이 넘었다. 다행히 병원비의 80%를 정부에서 지원 받았지만 이른둥이의 특성상 두 살이 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수는 한화생명이 지원하는 ‘도담도담 지원센터’에서 개원때부터 치료를 받아 지난해 11월 건강하게 졸업했다.


지수의 재활 치료뿐만 아니라 천 씨도 부모 심리 치료도 병행됐다. 조산 원인은 불명확하지만 대부분의 산모들은 본인 탓으로 돌리며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천 씨는 "아이가 뒤집고, 기고, 서고, 걷는 시기가 늦어지면 엄마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지수는 16개월부터 걸었고, 그 이후에 잘 컸지만 대부분의 이른둥이를 낳은 엄마들은 알게 모르게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며 "다른 엄마들과 함께 상담을 받으면서 고민을 공유하다 보니 감정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저체중 출생아 20년새 40% 급증..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전반적으로 결혼연령이 늦어지면서 산모의 나이도 고령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수와 같은 조산아도 늘었다. 신생아 때 중환자실 치료, 퇴원 후에도 재활치료 및 재입원이 필요한 37주 미만, 몸무게 2.5kg 이하로 태어난 아이들을 '이른둥이'라고 한다. 통계청과 대한신생아학회 조사에 따르면 2.5kg 이하의 저체중 출생아 수는 1993년 1만8532명에서 2012년 2만5870명으로 20여년 동안 40% 가까이 급증했다. 이 중 1.5kg 이하 극소 저체중 출생아는 1993년 929명에서 2012년 3037명으로 20여년 동안 무려 227%나 늘었다.

이른둥이는 약 25%가 중증의 뇌성마비 및 인지·행동 장애를 앓고, 40~50%는 특수관리가 필요하다. 청소년이 된 후에도 만삭 출생아에 비해 인지, 언어, 학습, 운동 능력의 전반적인 저하를 보이는 경향도 나타났다. 김용익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미숙아 의료비 지원사업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2009년 7억3800만원이 부족했고, 2012년 29억7000만원, 2014년은 48억3500만원의 예산이 부족해 정부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도담도담 지원센터에서 열린 '가족지원교실'에서 이른둥이 가족들과 의사, 간호사, 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한화생명

◇한화생명, 국내최초 이른둥이 '도담도담 센터' 지원=한화생명과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는 이른둥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단체 기아대책과 '도담도담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도담도담 지원센터는 이른둥이와 그 가족을 돕는 국내 최초의 통합의료 센터로 2013년 10월 문을 열었다. 기업과 비영리민간단체(NGO), 병원이 협력해 함께 운영하는 첫 사례다.

'도담도담'은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도담도담 지원센터는 이른둥이로 태어나 교정 24개월까지의 영아 및 가족을 대상으로 성장, 양육과정에 필요한 통합적인 발달재활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양육상담, 정서적 지원서비스도 병행한다. 국가지원 대책이 신생아 중환아실 입원기간 안에만 머물러 있다 보니, 퇴원 후 이른둥이를 돌보는 가정과 부모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점에 착안해 도담도담 지원센터는 지난 2년 동안 56가정의 62명의 이른둥이를 집중치료했다. 재활치료, 가정간호, 부모 심리상담 등에 참여한 인원은 5021명에 이른다.

지난해 12월에는 도담도담지원센터의 첫번째 졸업식이 열었다. 2012년 세상 밖으로 나온 민준(3세·남)이는 출생 당시 980g으로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로 불렸다. 그동안 ‘도담도담 지원센터’의 지원으로 놀이체험, 언어 치료를 받아 지금은 일반 아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했다. 체중도 10kg으로 또래 아이 평균 몸무게인 12kg에 근접했다. 생애 첫 졸업을 맞는 아들을 대견해 하며 부모들은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도담도담 지원센터는 통합재활치료 뿐만 아니라 가족지원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소아청소년과, 재활의학과 의사 및 아동 전문 간호사, 전문 치료사와 의료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이뤄 구체적인 육아방법과 양육환경 개선을 지원한다. 특수발달교실, 음악치료, 심리상담 등도 진행된다.

◇"퇴원후 재활치료 중요" 한국·일본 비교해 보니=정책적인 제안을 위해 선진국 기관 탐방과 정책간담회도 진행했다. 지난 3월 도담도담 지원센터 운영위원인 박은애 이대의료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배종우 경희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정유진 양천구 보건소장 등이 일본 구마모토현의 현청, 시청 대학병원 등을 방문해 한국과 일본의 이른둥이 지원사업을 비교하고 개선점을 모색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한국과 일본의 이른둥이의 건강관리 도전과 당면과제'를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일본의 곤도 유이치(Kumamoto City Hospital 신생아내과) 부원장은 이른둥이 지원사업인 ‘리틀엔젤(Little Angels) 지원사업’을 소개했다. 이른둥이 부모에게 리틀엔젤 수첩을 교부해 지자체와 병원이 협력해 퇴원 후에도 가정 방문, 부모 교류회, 건강진단 등을 통합 관리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출생 후 의료비 지원에만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최초 통합재활치료센터인 '도담도담 지원센터'가 모범사례로 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