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리콜車에 '스티커'부착…현대차도 전수조사

국내 판매된 유로-5 기준(EA189엔진) 폭스바겐 경유차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임의설정'이 확인됐다. 정부는 문제가 된 폭스바겐 15개 차종, 12만5522대에 리콜명령을 내리고 폭스바겐코리아에 과징금 141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명령 처분도 내려져 남아 있는 유로-5 차량의 판매도 불가능해졌다.

◇실주행시 저감장치 작동 중단=환경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폭스바겐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유로-5 배출가스 기준에 대응하는 EA189엔진을 장착한 티구안에서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의 작동을 고의로 중단시키는 임의설정이 확인됐다. 이는 미국에서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확인된 차량과 같은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부터 EA189엔진이 장착된 티구안(운행차)과 유로-6 배출가스 기준에 대응하는 EA288엔진을 장착한 골프, 제타, 비틀, 아우디 A3(이상 신차) 차종에 대해 임의설정 여부를 조사해왔다.

구체적으로 임의설정이 확인된 티구안은 실내 인증실험 5회 반복 과정에서 1회에는 EGR이 정상 가동됐으나, 2회째 실험부터 작동량이 감소해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증가했다.


홍동근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전자제어장치가 인증실험이 종료된 것으로 오인한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자제어장치 데이터와 NOx 배출특성을 비교·분석한 결과, 급가속 등의 조건에서는 EGR 작동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 에어컨을 가동하는 등 실내 표준 인증실험 조건과 다른 가동 환경을 부과했을 때도 EGR이 작동이 중단돼 NOx 배출량이 증가했다.

실도로 주행실험에서도 미국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 실험 결과와 유사하게 NOx가 과다하게 배출됐다. 평균 1km당 1.11g의 NOx를 배출해 인증기준(0.044g/km)을 최대 31배 초과했다.

다만 폭스바겐 본사가 임의설정 장착을 부인한 EA288엔진이 장착된 차종은 조사결과 임의설정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환경부는 "추가 자료 확인 절차를 거쳐 내년 4월쯤 임의설정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2만5522대 리콜·과징금 141억원=환경부는 임의설정이 확인된 직후 폭스바겐의 EA189엔진이 적용된 차량에 판매정지명령과 리콜명령을 내렸다. 폭스바겐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EA189엔진이 적용된 차량은 12만5522대에 달한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자발적 리콜'을 발표했지만 환경부가 리콜명령을 내리면서 사실상 '강제 리콜'로 성격이 변화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임의설정 차종에 대한 배출가스 개선 방안과 리콜 전후 연비변화를 조사해 내년 1월6일까지 조사 결과를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특히 리콜을 완료한 차량에 부착하는 스티커도 새롭게 도입하기로 했다. 차소유주에게 리콜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스티커 부착 등으로 자발적 리콜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리콜명령은 '자발적'이나 '강제'를 구분하지 않는다"면서도 "폭스바겐코리아가 리콜계획을 제출하면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의설정이 정부에 인증 받은 내용과 다르게 자동차를 제작한 사례에 포함되는 만큼 폭스바겐코리아 15개 차종에 총 14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행법은 임의설정에 대해 차종당 과징금 상한액이 10억원으로 제한돼 있다.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명령 처분도 이뤄졌는데 이미 국내에 유로-6 기준이 도입돼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현재 EA189엔진이 장착된 재고차량은 466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이 차량에 대해 리콜이 끝난 후 중고차로 판매하는 것을 허용할 계획이다.

◇현대車 등 16개사 차량 전수조사=환경부는 폭스바겐 이외의 제작사로도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여부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 5곳과 벤츠, BMW 등 수입차업체 11곳 등 16개사가 모두 포함된다. 12월부터 조사를 시작하는데 1개 차종을 조사하는데 1주일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4월까지 조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 폭스바겐 사태의 반복을 막기 위해 '실도로 배출가스 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임의설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5톤 이상 대형차는 내년 1월부터, 3.5톤 미만 중소형차는 2017년 9월부터 이를 도입한다.

아울러 임의설정으로 적발된 차량의 과징금 부과 상한액은 현행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고, 임의설정을 한 자동차 제작사를 사법조치 할 수 있도록 처벌 규정을 신설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