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 "정부 무관심에 中·日 틈서 고사직전"(상보)

브라질에 공급할 전동차 제작현장/사진=김지산 기자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 철도차량 산업은 고사 직전이다"


현대로템 (41,150원 0.00%)이 정부에 경영난을 호소하며 제도 개선과 함께 지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로템은 26일 창원공장에서 장현교 공장장(전무)을 비롯한 성신RST, 케이비아이테크 등 주요 협력사 대표들을 초청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부 관심을 촉구했다.

장 공장장은 "중국과 일본, 미국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해외 철도 수주를 지원하는 바람에 설 땅이 없다"며 한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최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동남아시아에 100억달러(약 11조원) 규모 인프라 대출 지원의사를 밝혔다. 이에 맞서 일본도 아시아개발은행(ADB)과 협조해 아시아 인프라 확충에 1100억달러(약 127조원)를 지원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는 건설과 교통망 등을 모두 망라한다"며 "이때 자국 건설사와 철도회사 등이 참여하는 조건을 단다"고 설명했다.

장현교 현대로템 창원공장장(전무)/사진제공=현대로템

자국 내 시장진입 장벽을 높이는 세계적 추세에 한국이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로템에 따르면 미국은 철도차량 제작시 비용 기준 60% 이상 자국 자재 사용을 의무화하고 중국은 현지화 70%를 비롯해 합작법인에만 공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정하준 국내영업팀 부장은 "국내 입찰은 업체의 수준을 따지지 않고 오직 최저입찰 업체에 일감을 준다"며 "중국이나 미국이 '바이차이나' '바이아메리카' 장벽을 치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 이후 정부기관 발주가 국제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2003년 인천공항공사 순환열차(IAT)를 미쓰비시(일본)가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대구시 3호선은 히타치(일본)에게 돌아갔다.

장현교 공장장은 "국내 철도차량 시장 규모는 연평균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72조원 규모인 세계 철도차량 시장의 1%에도 못 미친다"며 "영세한 국내 철도산업 현실에 비해 최저가 입찰에 기반 한 무한경쟁은 업계에 너무 가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3월 도시철도법을 개정해 노후차량 내구 연한 규정을 삭제한 것도 경영난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지목됐다. 기존 25년이던 차량 수명을 무기한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현행법은 신규 노선에서는 정부가 차량 구입비의 50%를 지원해주지만 노후차량 교체는 운영사가 자체 해결해야 한다.

수서고속철도(SR) 차량 생산현장/사진=김지산 기자

현대로템은 지난해 422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올 3분기까지 철도 신규수주는 약 2500억원, 해외수주는 800억원으로 이 기간 철도부문 매출은 1조711억원, 영업손실 170억원을 기록했다.

장 공장장은 "지금의 상황이 계속되면 창원공장 내 열차 내외부 설비를 생산하는 의장라인은 내년 1월 가동률이 103%를 2017년 말에는 21%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이대로 가다간 8000여명 현장 근로자 가운데 열차에 딸린 직원 4000명이 직장을 잃을 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