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발행규제…당국 vs 업계 이유있는 '논쟁'

주가연계증권(ELS) 발행규제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 간 대립이 여전히 첨예하다. 금융당국은 HSCEI(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 등 특정지수를 사용하는 ELS의 쏠림현상에 따른 투자자 손실과 증권사 건전성 악화를 막으려면 발행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증권업계는 일방적으로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 손실·증권사 건전성 고려해야"=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HSCEI(이하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잔액은 36조7000억원으로 지난 6월 말(35조9000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H지수 ELS의 발행이 여전히 줄지 않으면서 쏠림현상이 여전한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가폭이 다소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체 총액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어 쏠림현상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당분간 ELS 발행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지수가 급락해 일부 H지수 ELS가 손실구간에 진입하면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금융당국의 H지수 ELS 발행 축소 방침에 따라 증권사들은 이달부터 자율규제를 통해 H지수 ELS를 상환액 만큼만 신규 발행키로 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말 H지수 ELS 발행 자제를 권고하기도 했다. 당시 H지수가 급락해 일부 H지수 ELS가 손실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또한 과도한 H지수 ELS 발행이 증권사의 신용위험을 높여 자산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총 23개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 합계는 이들 증권사의 자기자본의 2.56배에 달했다. 이는 2011년 3월말(0.88배)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성태경 한기평 연구원은 "자기자본은 재무상 외부충격이 발생했을 때 이를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의 지표"라며 "파생결합증권 발행잔액 규모가 자기자본을 훌쩍 웃돌아 증권사 신용위험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방향, 금융상품 특성 이해해야"=금융투자업계는 사고 발생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수도꼭지 잠그듯 상품 활로를 원천봉쇄하는 규제의 방향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H지수 ELS 발행이 급증한 것은 기대수익률이 비교적 높았기 때문이다. ELS를 발행할 때 기초자산으로 많이 쓰이는 대표적 지수가 코스피200, S&P500, 유로스톡스50, H지수 등 4개인데 중국시장에 기반한 H지수는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비교적 고수익을 내기 용이했다. 5~7%대 연수익을 달성하자 저금리에 목마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리에 팔려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H지수 ELS 상품이 반드시 대규모 손실위험을 불러올 재앙 상품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LS가 예·적금이 아닌만큼 글로벌 증시 변동성에 따라 수익도, 손실도 날 수 있는 상품"이라며 "이부분에 대해서 투자자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례적 증시 급락이 발생할 경우 ELS 뿐만 아니라 대다수 금융투자상품이 손실위험에 노출되는데 유독 ELS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시장의 특성상 지수가 오르고 내릴 때마다 매매기법이 급변한다"며 "현재처럼 발행잔액 총액을 규제한다면 오히려 저가매수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수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는 공감하지만 규제의 방향이 좀 더 정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각 증권사별로 기초자산별 헤지 운용지침을 만들도록 하거나 상품 판매시 리스크 관리 실태를 투자자들에게 고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