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CNN "터키-러시아 갈등, 제3차 세계대전 우려"…가능성은?

전투기 격추 사건 이튿날인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터키 대사관에 러시아인 수백명이 집결, 계란과 돌을 던지며 반감을 표했다./ 사진=AFPBBNews=뉴스1

미국 CNN이 최근 불거진 터키와 러시아 간 갈등으로 세계대전까지 발발할 수 있다고 전망한 데 대해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CNN은 25일(현지시간) "현재 상황을 어떻게 제3차 세계대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며 터키의 러시아 전투기 격추 이후 빚어진 두 나라 간 대립을 "마치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상황과 유사하다"고 빗댔다.


이어 "프랑스 파리 테러가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데다 유럽연합(EU) 비공식 수도인 벨기에 브뤼셀이 여전히 경계태세를 풀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격추됐다"며 "이번 일이 과거 냉전 중에 발생했다면 핵전쟁으로 치달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터키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이란 점에 초점을 맞췄다. 나토는 서유럽국가들이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이다. 러시아를 견제하는 대표 국가인 미국도 나토 동맹국으로 속해있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격추 사건 이후 "다른 모든 나라와 마찬가지로 터키도 영토와 영공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두둔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터키가 등에 칼을 꽂았다"고 비난한 데 대해 전면 반박한 셈이다. CNN이 친미와 친러시아 양대 진영 간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을 내놓은 이유다.


러시아는 현재 시리아 북서부 라타키아 주에 최첨단 지대공 미사일 S-400을 배치했다. 라타키아 주는 터키 국경에서 약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S-400은 최대 사거리 400킬로미터로 1만미터 고도에서 비행하는 군용기도 타격이 가능하다. CNN 등 외신은 이를 두고 "러시아가 터키를 사정권에 두기 위한 전략"이라고 풀이했다.

/사진=뉴스1

터키와 러시아 두 나라에서 촉발된 갈등으로 세계대전까지 언급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안 실즈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대학 교수는 미국 NBC와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경제적 압박과 제재를 받을 염려가 있어 도를 넘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각국은 과거와 달리 경제적으로 크게 연관돼 있다. 러시아가 함부로 행동하다가는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나라가 전면전에 뜻이 없음을 내비친 것도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을 줄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가진 연설을 통해 "러시아 전투기 격추는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단지 우리 안보와 형제를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며 "우리는 항상 평화와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이날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터키와 전쟁할 생각은 없다"며 확전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편 지난 24일 터키는 당시 러시아 군용기가 자국 영공을 침범했다며 F-16 전투기 2대를 발진시켜 격추했다.

비상 탈출한 러시아 조종사 2명 가운데 한 명은 구출 작전으로 구조됐지만 다른 한 명은 시리아 반군에게 사살됐다. 러시아는 영공 침범 시간이 17초로 짧고 전투기가 공격을 받은 곳이 시리아 영공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터키를 비난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