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빼는 국내 채권형 펀드 투자자, 어디로

지난 몇 년간 금리인하 효과로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던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 최근 자금유출이 이뤄지고 있다. 다음달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채권시장의 금리인하 추세도 마무리 됐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펀드IR 기사 자세히보기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들어 지난 19일까지 국내 공모 채권형 펀드에서는 2754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지난해 1월 이후 월간으로 가장 많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자금이 2조원 넘게 몰렸던 초단기 채권 펀드에서 자금유출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국내 채권형 펀드는 저성장·저금리 기조와 국내 증시의 박스권 장세 장기화로 예금과 주식의 대체투자 상품으로 각광받았다. 금리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채권가격이 상승세를 타며 채권형 펀드는 표면이율(채권자에게 지급하는 이자율)에 자본이익까지 더해져 높은 수익을 내며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다.

공모 채권형 펀드는 지난해 3월 이후 월간으로 14개월 연속 자금 순유입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5월부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인상을 수차례 암시하면서 자금 유입세가 다소 둔화됐다. 5월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는 1812억원이 순유출 됐고 6월에 542억원 순유입, 7월과 8월에는 각각 57억원과 67억원이 빠져나갔다. 9월과 10월에는 다시 3060억원과 932억원이 유입되며 회복세를 나타내는 듯 했지만 금리인상 가능성이 기정사실화 되자 투자자들은 이내 발길을 돌렸다.

실제로 10월말 이후 채권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며 국내 채권형 펀드의 성과도 그 여파를 받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국내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이달들어 0.21% 후퇴하며 5개월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국내 채권형 펀드의 최근 2년 수익률은 7.50%, 3년 수익률은 9.51%로 같은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0.37%와 4.47%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하지만 1년 수익률은 국내 채권형 펀드가 2.49%, 국내 주식형 펀드가 2.54%로 역전당했다.


전문가들은 현재를 기점으로 국내 채권형 펀드의 자금이 최근 2년처럼 활발하게 유입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공모 국내 채권형 펀드에 주로 투자하고 있는 법인투자자의 경우에는 당장 위험자산인 주식형 펀드로 옮겨가지는 않겠지만 어느정도 안정성을 갖춘 채권 혼합형 펀드로 갈아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채권형 펀드와 마찬가지로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채권 혼합형 펀드로는 자금 유입이 여전히 견조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편, 기관 투자자 중심인 사모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는 아직 눈에 띌만한 자금변화는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을 한다고 하지만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자금을 뺀다고해서 딱히 돈을 넣을만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투자자들 대부분이 내년 자금운용 계획을 세우고 있는 시기로 당장 자금을 빼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시장흐름에 따라 투자비중을 조절할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