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해진 주택시장, 고민에 빠진 수요자들

- 금리반등 눈앞·대출 규제 예고 … 주택시장 냉각기류 가속
- '지금 살까vs기다릴까' 수요자들 구매시기 놓고 혼란 가중

@머니투데이 김다나 디자이너

집을 사야 할지를 놓고 고민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부동산가격 상승세는 계속되는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8월 말을 기점으로 오름세로 돌아섰다. 금융당국은 늘어난 가계부채를 다잡기 위해 대출규제 강화까지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기조와 규제완화가 올해 부동산 열기에 불을 지핀 만큼 주택대출을 둘러싼 분위기가 부동산시장에 변곡점이 생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금리반등+대출규제' 빨간불 켜진 주택시장
은행권은 세부내용과 발표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 초 금융당국의 주택대출 규제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부책 관리방안을 토대로 상환능력 위주의 대출심사 강화와 원리금 균등분할상환 등이 규제의 중심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반등도 이같은 정부의 대출규제에 대한 시중은행의 선제적 대응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감독당국의 부채대책 시행에 앞서 은행들이 알아서 주택대출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되진 않겠지만 주택대출금리 상승추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은행들이 이미 자체적으로 대출조절에 들어갔고 금융당국도 규제를 예고한 만큼 대출환경이 갈수록 주택구매자들에게 불리하게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이같은 대출규제가 주택시장을 급랭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A건설 관계자는 “수도권, 지방 분양시장에 미분양이 발생하는 등 공급과잉에 대한 경고음이 나오자 정부가 뒤늦게 대출규제로 물량조절에 나섰다”며 “인허가 단계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한 상황임에도 손놓고 있다 되레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까지 누계 기준 주택인허가 실적은 60만4340가구를 기록, 2002년 이후 13년 만에 60만가구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2.3% 폭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아파트 외에 뉴타운 해제지역에 연립과 빌라 등을 중심으로 우후죽순으로 주택건설이 이뤄지고 있어 올 한해 실적이 70만가구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vs 기다려야" 고민에 빠진 실수요자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시장 열기가 차츰 식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규제에 나서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이미 하향세로 돌아선 주택경기에 대출 스트레스까지 겹칠 경우 수요가 사라지면서 부동산시장이 일시에 얼어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 B은행 부동산대출 담당자는 “일률적 대출규제는 시장 냉각기류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며 “대출억제는 공급과 수요를 동시에 끌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가격 상승과 전세난 속에서 집 살 시기를 엿보던 실수요자들도 고민이 깊어졌다.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규제가 더해지면 집을 사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11월 아파트 매매거래는 9281건(28일 기준)으로 전월(1만1670건)보다 15% 이상 감소했다. 반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월 대비 0.68% 올라 16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가격 오름세 기대가 낮아지면 투자목적의 구매수요는 자연스레 줄어든다. 기대수익은 낮아지고 투자위험도는 커져서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은 복잡하다.

특히 전세난을 피해 구매를 검토하는 경우 전셋값 인상과 주택구매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서울 강남 재건축 수요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만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전세 품귀현상은 한층 더 심각해질 것이란 예측이다.

김규정 위원은 “대출금리가 올라가면 투자목적 수요는 줄 수밖에 없지만 실거주 목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전세부담이 계속되면서 중소형 위주 가격 상승세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실거주 목적이라면 구매를 서두르는 게 낫다”며 “다만 내년 이후 주택대출 금리상승에 대응, 디딤돌 대출과 같이 안정적인 정책금리 상품을 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변수가 많은 시장 상황상 주택구매 시기를 미루고 안정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강남 재건축과 같이 대기수요가 풍부한 신규분양 물량을 제외하곤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