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3세 전무로 승진… 위기탈출 중책 떠맡아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사진제공=현대중공업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33)가 1년만에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핵심 보직인 조선과 해양 영업 총괄을 맡으면서 3세 경영체제가 더 구체화 되는 모습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7일 부사장 6명, 전무 15명, 상무 36명, 상무보 57명 등 모두 114명에 대한 임원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정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조선과 해양 영업본부를 지휘하는 총괄부문장을 맡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전통적으로 부사장 내지 전무가 조선과 해양 영업을 각각 맡아 지휘해왔다. 그러다 해양플랜트에서 천문학적 손실이 발생하자 관련 임원들을 정리하면서 이번 인사로 이어졌다.

현대중공업은 인사 후속으로 조선과 해양 영업을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정 전무 승진은 이달 초 사우디 아람코와 전방위적 협력을 성사시킬 때부터 예견돼왔다. 그는 아람코와 조선, 엔진, 플랜트, 정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0월에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가스텍 행사에 참석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조선업계는 고강도 경영수업의 출발로 보는 견해가 다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 10월까지 선박 143척을 수주했다. 지난해 132척보다는 많지만 한 해 300척 넘게 수주하던 2000년대 중반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해양플랜트는 아예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선박 공급과잉으로 신조선 발주가 뜸한 데다 유가하락으로 해양플랜트마저 발주가 끊겨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때 영업 총괄을 맡았다는 건 혹독한 경영수업을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대주주 일가로서 선주들을 상대로 직접 영업에 나섰을 때 효과가 배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현대중공업의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은 계열사 사장은 임금 전액을, 임원들은 최대 50%까지 급여를 반납키로 했다.

1991년 정몽준 이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이어지던 현대중공업 전문경영인 체제가 오너십으로 돌아갈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후계자로서 기획부터 영업까지 핵심을 거치는 한편 승진 속도도 매우 빠른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 전무가 현대중공업에 온전히 근무한 기간은 지난 2009년 대리 입사 후 2년, 2013년 부장으로 재입사한 뒤 3년까지 5년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경영 능력을 모두 판단해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어려운 시기에 영업 총괄이라는 무거운 자리를 맡게 된 만큼 책임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