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性정체성 혼란 남성에게 軍 현역병 입대 처분, 부당"

머니투데이

이경은 기자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1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20대 남성이 현역병 입대를 거부하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조한창)는 A씨(23)가 "현역병 입영 대상자로 결정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성주체성장애로 인한 정서적 불안정과 대인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현역병으로 복무하는데 지장이 있을 것"이라며 "현역입영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A씨가 18세 때부터 4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성주체성장애로 진단받은 점과 여러 차례 호르몬치료를 받은 점이 주된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또 "2012년 입영했지만 귀가조치를 받고 가족들에게 성 정체성을 고백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씨는 2012년 306보충대에 입대했다가 신체검사에서 인격장애 및 행태장애로 일정기간 관찰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7급 판정을 받고 귀가조치됐다.

그러나 지난해 3월과 6월 재신체검사와 정밀검사에서 병무청은 "이씨가 외부 성기 수술 등을 받지 않았으며 성주체성장애는 주관적 병증호소에 따른 추측성 진단"이라며 현역입영대상자로 결정했다. 이씨는 이에 불복해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한편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번 판결에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병무청이 트랜스젠더에 대한 병역면제 사유로 징병검사규칙에 없는 고환적출 등 생식기수술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병무청의 자의적 병역처분이 위법하다고 확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