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뒤 풍속도…아빠가 주는 첫술에 웃고, 면접학원비에 한숨도

(서울=뉴스1) 사건팀 =

2016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한일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학부모와 함께 시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2015.11.12/뉴스1 © News1 김대웅 기자

지난 21일 서울 노원구 한 대학에서 논술고사를 본 김모(18·여)양, 답안지를 내고 응시장을 나오는 마음이 복잡했다. 이제 정말 끝이라는 기쁨 한켠에 뭔가 모를 아쉬움이 고개를 들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을까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맞는 부모님이 품에 안겼다.

이날 가족의 저녁 밥상엔 술이 올라왔다. 김양은 "아빠가 '수고했다'면서 처음으로 술을 따라줬다"며 "그동안 내가 힘들거나 상처를 받을까 말도 잘 걸지 않고 조심하던 아빠의 마음이 느껴져서 왈칵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2016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이제 학교별 면접·논술고사 등 입시 여정이 마무리되고 있다. 12년 수험생활을 끝낸 고3들과 그간 뒷바라지에 가슴을 태웠던 학부모들은 기다려온 해방을 즐기거나 혹은 갈등하면서 새로운 가족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여행·아르바이트…고3도 엄마도 자유 만끽

이화여대 2016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치러진 22일 서울 서대문수 이화여자대학교 교정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고사장을 나오고 있다. 2015.11.2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최근 수시논술고사를 마친 딸을 둔 학부모 김모(47·여)씨는 시험 결과를 기다리며 비로소 한 시름을 놨다. 김씨는 "수능에 이어 수시까지 끝나고 나니 비로소 긴 여정이 끝난 것 같다"면서 "그동안 부모로서 다그치기만 한 것 같은데 이제 조금 마음이 놓인다"고 밝혔다.


김씨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어머니의 편지를 보고 자신도 딸에게 소회를 담은 편지를 건넸다. 김씨는 "딸에게 결과가 어떻게 되든 항상 옆에서 응원할 것을 다짐하는 편지를 썼다"면서 "결과가 어떻게 되든 딸이 너무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말고 지금처럼만 밝게 웃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둘째를 끝으로 수험생 학부모를 탈출한 김모(48·여)씨도 모처럼 여유를 즐기고 있다. 그는 "2년전 첫째가 시험을 볼 때는 내가 더 긴장되더니 둘째 때는 한결 차분했다"며 "첫째아이 대학 기말고사가 끝나면 연말쯤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여행을 좋아해 딸과 유럽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며 "외국어라도 좀 배울까 생각 중"이라 웃었다.

민모(19·여)양은 "생각보다 수능이 어려워 당황했지만 끝나서 홀가분하다"며 "그동안 뒤에서 묵묵히 도와준 가족에게 감사하다. 지난 여름 공부하느라 힘들고, 스트레스받고, 날씨는 덥고 삼중고로 시달릴 때 가족에게 짜증을 많이 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민양은 "늘 웃으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준 엄마한테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좀 더 의젓한 딸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2016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한일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학부모와 함께 시험장을 빠져나가고 있다.2015.11.12/뉴스1 © News1 김대웅 기자

◇'끝난 줄 알았는데'…사교육 부담 계속
이해 부족에서 오는 갈등, 수능 후에도 계속되는 사교육 부담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는 가족들도 있다.

재수생 정모(19)씨는 이번 수능에서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했다. 가채점 결과가 엉망인데다 최근 아버지와 갈등까지 겹쳐 힘이 든다.

정씨는 "목표한 대학 등급 컷에 한참 모자란 성적을 얻고 나니 아버지의 꾸지람이 이어져 집에 잘 있지 않는다"면서 "아버지도 물론 속상하겠지만 가장 힘들고 허탈한 건 나 자신"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삼수를 하고 싶은데 아버지를 볼 자신도, 용기도 없다"고 말했다.

김동연(18)군은 면접학원을 다니는 문제로 부모님과 부딪혔다. 처음에 학원을 다니겠다고 했더니 "혼자 할 수 없냐"는 반대에 기분이 상했다.

김군은 "주위 친구들이 다니는 것을 보니 혼자하는 건 한계가 있더라"며 "부모님을 몇차례나 설득해 두개 학교 면접 학원을 끊었다. 시험응시료와 학원비 등 수능이 끝난 뒤에도 들어갈 돈이 만만치 않아 부모님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군이 다닌 면접준비 학원은 1회 4시간 수업에 12만원, 한 학교당 3회 강의라 36만원이 들어간다. 3개 학교 면접을 준비하면 1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올해 수시모집에 응시한 아들을 둔 학부모 A씨(45·여)씨도 수능만 끝났지 시험은 계속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수능 이후에 논술시험과 면접·구술고사 등을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라며 "아이 뿐만 아니라 학부모가 받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크다. 앞으로 대학 경쟁률 등을 따져 지원 눈치싸움을 벌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정모(18·여)양은 "원했던 학교에 수시지원을 못하면서 부모님과 갈등이 시작됐다"며 "입시를 잘 모르시고 쉽게 보시는 것 같아 너무 서운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무것도 결정난 것이 없어 하루하루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심정"이라며 "부모님은 수고했다는 한 마디와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것으로 족한데 모르시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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