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공동지수 첫단추는 홍콩, 이달 실무협의 개시

한국거래소(KRX)가 홍콩거래소(HKEX)와 공동지수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두 거래소는 이달부터 실무자급 논의를 개시하고 내년 1월 홍콩거래소 고위관계자 방한에 맞춰 논의를 진전시키는 등 내년 중 관련상품 출시를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양 시장이 공동으로 지수를 개발한 후 ETF(상장지수펀드) ETN(상장지수채권) 등 상품 뿐 아니라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도 상장시키는 방안을 홍콩 측에 제의했다"며 "이달 중으로 실무부서 협의를 진행하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앞서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달 중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글로벌 ETF 컨퍼런스'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지수를 해외 거래소와 공동개발해 이를 추종하는 ETP(지수추종형 상품)를 상장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거래소의 홍콩거래소와 공동지수 개발은 아시아 공동지수 개발을 향한 첫 출발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

김원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사진제공=한국거래소

어떤 지수가 개발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지만 양 시장의 대표종목을 한 데 모은 시장대표지수가 우선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홍콩시장 유사업종 종목을 모아 만든 섹터지수나 고배당 등 각종 이슈에 따라 종목을 편입한 테마지수도 가능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한국·홍콩이 공동지수를 개발해 해당지수를 기반으로 한 상품을 양 시장에 공동으로 상장시킨다는 점에 특징이 있다"며 "한국에서 홍콩으로, 홍콩에서 한국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비용절감의 효과가 있는 데다 다양한 차익거래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투자자가 홍콩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증권사를 통해 홍콩거래소 회원 증권사를 거쳐야 한다. 절차가 복잡해질 뿐 아니라 이중으로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공동지수에 기반한 공동상품이 한국과 홍콩 거래소 시장에 각각 상장될 경우 양국 투자자는 상대시장에 투자하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아울러 현재는 지수현물과 선물간 가격차이를 활용한 차익거래만 가능하지만 양 시장에 동일지수에 기반한 ETF, ETN 등이 상장돼 있으면 이 상품간 차익거래가 가능해진다. 투자자로서는 추가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지수현물과 선물을 활용한 차익거래까지 가능해지면 양 시장의 유동성도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한국·홍콩이 공동지수 개발의 첫 단추를 잘 꿰게 되면 상하이, 대만, 싱가포르 등 여타 거래소와의 공동지수 개발도 탄력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며 "그 사이에서의 공동지수 상품의 차익거래 기회는 기하급수적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럽과 미주 블록에 비해 아시아 금융블록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이 나타났지만 향후 글로벌 투자자금이 아시아로 다시 올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아시아 금융블록이 공동지수 상품으로 공고한 연계성을 갖추면 여타 지역의 블록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공동지수 개발과 해당상품의 상장 시기는 현재로서는 미확정 상태다. 김 본부장은 "한국에서의 신상품 상장에 소요되는 기간이 2개월 정도에 불과한 반면 홍콩은 6개월 가량 소요된다"며 "지수를 공동개발한 후 공동상품을 홍콩과 동시에 상장할지, 미리 상장할지 등에 대한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