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멋대로' 복지사업 추진땐 '교부세 감액'

내년부터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때 복지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으면 사업에 지출한 금액 범위내에서 교부세가 감액된다. 이른바 '청년수당' 사업와 같이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다양한 복지사업에 중앙정부가 강제로 제동을 걸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마련되는 셈이다.

29일 행정자치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1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갖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 한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은 중앙부처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복지부장관과 협의·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보장위원회가 이를 조정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 더해 이번 개정안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때 복지부장관과 협의·조정을 거치지 않거나 결과를 따르지 않을 경우 제도를 운영하는데 지출한 금액 범위에서 지방교부세를 감액하거나 반환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항목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복지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기발표된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수당' 사업의 향방 역시 불투명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5일 서울시에 거주하는 만 19~29세 미취업자들에게 2~6개월 동안 월 50만원의 활동보조비를 지원하는 청년활동지원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남시 역시 만19세부터 24세 청년에게 최대 분기별 25만원씩 연간 1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대해 "일부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혜성 현금지급 같은 포퓰리즘 정책은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사회보장정책은 중앙·지방정부간 협의와 조율이 우선돼야 하는 만큼 사전협의제를 강력 활용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패널티를 부과해서라도 무분별한 무상복지사업을 방지해야한다"며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그 동안은 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한다'는 규정 밖에 없어 정부로서 마땅한 제제수단이 없었지만 이번에 개정안이 의결됨에 따라 지방교부금을 감액하는 등의 '패널티' 수단이 실제로 마련된 것이다.

다만 개정안을 근거로 실제로 서울시에 대한 제제가 가능할지는 법제처의 법령해석이 나와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서울시는 공모를 통해 제한된 대상만 지원하기 때문에 청년수당 사업을 사회보장제도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사회보장제도 협의를 요청한 성남시와 달리 서울시는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한편 이날 상정된 지방교부세 개정안에는 부동산교부세 교부 기준에서 사회복지 비중을 25%에서 35%로 10%포인트 높이고 지역교육 비중을 20%에서 10%로 10%포인트 낮추는 내용도 포함됐다. 내년부터는 보통교부세와 마찬가지로 지방교부세도 복지수요가 높은 지자체에 부동산교부세가 더 많이 교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