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계, 美 '블프'에 'K-세일'로 맞불…매출 20% ↑

지난 27일 찾은 신세계백화점 본점. 프라다 50% 세일 소식에 사람들이 몰렸다.

미국 최대 할인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로 전 세계가 들썩인 지난 주말 'K-세일데이'로 맞불 작전을 펼친 국내 유통업계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해외 온라인 쇼핑몰로 빠져나가는 '직구족'을 잡으려고 온·오프 유통망에서 동시에 펼친 공격적인 할인행사와 갑작스런 한파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세일데이' 행사가 진행된 지난 27~28일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전점 기준)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백화점별로는 롯데 23.5%, 현대 20.6%, 신세계 23.8% 등이다.

◇"美 배송 못 기다려"…백화점에 몰린 인파=국내 유통업체들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가 진행된 27~28일 주말 대형 할인 행사를 잇따라 열었다. 백화점 업계가 명품 브랜드의 시즌오프 행사를 일제히 시작했는가하면 영화 '스타워즈'와 콜라보레이션한 패션상품(신세계), 어린이 완구 '터닝메카드'를 활용한 '키즈 어드벤쳐'(롯데) 등으로 고객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유통업계의 할인 공세에 미국 온라인 쇼핑몰 대신 백화점과 아울렛, 대형마트 등 현장을 찾아나선 소비자들도 많았다. 27일 최대 50% 시즌오프 할인을 진행한 명품 브랜드 '프라다' 매장에는 평일 낮인데도 고객들이 몰려 길게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프라다 매장 직원은 텅빈 진열대를 가리키며 "일부 가방 제품과 구두를 50% 할인 판매했는데 행사 첫 날 상품 상당수가 빠졌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도 주말 내내 고객들도 북적였다. 특히 정가 8만6000원짜리 '카운테스마라' 와이셔츠를 4만원에 판매하는 특가매장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패션잡화를 60% 이상 할인 판매하는 매대도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구매 열기로 뜨거웠다.


정현석 롯데백화점 영업전략팀장은 "사실 지난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실적이 워낙 좋아 이번 행사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며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기대 이상 매출이 올랐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추위에 방한용품 '불티'=이번 'K-세일데이' 효과가 극대화된 것은 유통업계가 전방위 할인행사를 준비하기도 했지만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기 때문이다. 패딩점퍼 등 단가가 높은 방한용품을 구입하려고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매출도 증가했다.

'K-세일데이' 행사기간 롯데백화점에선 패딩을 앞세운 아웃도어 매출이 79.5% 급증했다. 이어 남성패션(51.6%), 남성컨템포러리(45.5%), 여성패션(28%) 등 순으로 의류가 매출 성장률 상위를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컨템포러리 의류(74.8%), 스포츠(60.4%), 남성(26.9%) 등 순으로 많이 팔렸다.

대형마트도 모처럼 매출이 올랐다. 지난 27∼28일 이마트는 전년 동기 대비 평균 9.4% 매출이 증가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패션 매출은 35% 늘었다. 롯데마트도 의류잡화 매출이 38.8% 뛰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겨울 방한의류는 비싼 만큼 직접 입어보고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많다"며 "객단가가 높은 제품들이 많이 팔리면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때보다도 더 좋은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