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거취에 막혀…KIC 사장 연내 인선 무산

안홍철 전 사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한국투자공사(KIC) 차기 사장의 연내 인선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장관을 비롯한 전·현직 고위 인사의 거취 문제가 KIC 사장 인선을 가로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IC는 지난달 6일 안홍철 전 사장이 사임한 이후 한달째 차기 사장 공개모집 공고를 내지 않고 있다. 기존 운영위원회 위원 가운데 민간위원 4명과 기재부와 한국은행이 각각 추천한 민간인사 2명으로 이뤄진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는 구성했지만 후속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일반적으로 신임 사장 공모와 심사에 1개월 이상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인선은 어렵다는 평가다. KIC 신임 사장은 사추위가 공모 후보군 가운데 최종 후보를 기재부에 추천하면 기재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선임된다.

차기 사장 인선 작업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실질적인 열쇠를 쥔 기재부의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당장 최 부총리부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조만간 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마무리되는대로 국회의원 신분으로 돌아가 4선 채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주무부처 장의 거취가 오늘 내일 하는데 제대로 된 '오더'가 내려갈 수 있겠냐"며 "후보 공모 등 후속 일정을 진행하는 데 기재부와의 조율이 필요한 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사장 자리를 두고 기재부 전·현직 인사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KIC 전임 사장 5명 가운데 3대 사장을 지낸 진영욱 전 사장과 안 전 사장이 기재부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기재부 관료로 지내다 민간으로 나와 경력을 쌓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안 전 사장의 전임이었던 최종석 전 사장이 선임됐을 당시에도 기재부 출신 인사가 유력 후보로 물망에 오르다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지면서 막판에 인사기준이 뒤집어졌다"고 말했다.

12월 중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 윤곽이 드러나면 KIC 사장 인선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연말 출범 예정인 AIIB의 부총재 자리 확보를 위해 공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유력한 것으로 전망했던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 자리를 놓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AIIB 부총재 후보에는 전직 기재부 인사들이 거론된다.

KIC 사장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올해 남은 투자 집행과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KIC는 지난 10월 말 이사회에서 내년 중점사업계획을 논의한 이후 이사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정치가 경제를 발목 잡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