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공무원 징계시 상훈·표창 등 공적 고려해야"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징계대상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의결할 경우 그 공무원이 받은 상훈·표창 등 공적사항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김모(49) 경사가 부산광역시 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정직1월 처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현행 공무원징계양정규정은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 및 향응을 수수하거나 공금을 횡령·유용 한 혐의로 징계를 받는 경우에는 징계대상 공무원의 상훈·표창 등 공적을 이유로 징계를 감경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김 경사는 2010년 11월 상급자의 결재를 받아 유공자 포상 부상품인 주유상품권 1만원권 500매를 구매한 뒤 19개월 동안 본인의 책상서랍에 이를 보관하다 2012년 감사에서 적발돼 횡령혐의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부산 지방경찰청은 징계의결을 통해 2012년 8월 김 경사에게 정직 1월에 징계부과금 500만원을 처분했으나 김 경사는 이에 불복해 징계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김 경사가 약 19개월동안 상품권을 소지했던 것은 500만 원 상당의 공금횡령에 해당한다며 이는 공금횡령·유용으로 인한 성실의무 위반 및 복종의무 위반"이라며 부산지방경찰청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김 경사의 횡령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주유상품권 자체가 관련법상 '공금' 개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공금 횡령'으로 징계할 수 없다"며 징계부과금 500만원 부분에 대해 취소 판결했다.

하지만 "김 경사가 19개월이나 주유상품권을 자신의 책상서랍에 보관하다가 감사에서 적발되자 상품권을 반환한 점, 주유상품권이 경제적 가치면에서 금전과 다를 바 없어 공금 횡령과 비위 정도가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상훈감경은 임의적 감경사유이므로 상훈·표창 등을 받았다고 반드시 징계를 감경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며 김 경사의 모범공무원 선발 사실과 경찰청장 및 행자부 장관 표창 수상 사실을 상훈감경 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정직 1월 처분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판달랐다.

대법원은 "징계의결 시에는 징계대상자의 평소 행실, 근무 성적, 공적, 뉘우치는 정도와 징계를 요구한 사람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며 "징계를 받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금품 및 향응 수수를 했거나 공금횡령?유용한 경우에만 징계시 상훈감경 제외사유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징계사유가 상훈감경 제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공적 사항을 징계양정에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것은 징계절차를 지키지 아니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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