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회계제도개선 반발…"원가공개시 해외수주 타격"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대형건설업체들이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 기업은 금융당국 방침대로 주요 사업장별 중요 정보를 공개할 경우 회계처리 업무부담이 가중됨은 물론 원가정보가 외국 발주처나 경쟁업체에 노출, 해외공사 수주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상위 25개 건설업체는 지난 27일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의 합리적 개선을 요청하는 연명 탄원서를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각각 제출했다.

앞서 지난 10월 금융당국은 주요 사업장별 공사진행률, 충당금, 미청구공사 등 중요 정보를 공개하는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했었다.

업계는 회계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정책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업장별 중요정보를 공개할 경우 공사원가(원가율) 추정이 가능해져 해외공사의 수주절벽과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원가율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시공업체가 공시하는 미청구공사금액 등을 통해 원가율 추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이 경우 발주자는 공사비 감액 등을 요구할 수 있고 경쟁사는 유사공사 수주 경쟁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해 국내 업체들이 수주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감사제(KAM) 등 설익은 제도를 수주산업에만 우선 도입하는 것은 형평성에 위배될 뿐 아니라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핵심감사제는 외부감사인이 기업의 회계감사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서술하는 제도로 회계업계에선 ‘중요 감사사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 대형건설업계 관계자는 “핵심감사제는 회계인프라가 잘 갖춰진 EU(유럽연합)도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인 제도”라며 “회계인프라가 취약한 국내의 경우 EU 운영사례를 충분히 모니터링한 후 전체산업에 동시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해 추진하되 회사 내부절차 및 시스템 정비 등에 필요한 소요시간도 고려해 시행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새로운 기준에 맞춰 회사 내부절차와 시스템 등을 정비하려면 최소 1년 정도가 필요하다”며 “합리적인 개선점을 찾되 경과규정을 두고 2017년에는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대규모 적자로 촉발된 이번 사태로 금융당국이 회계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나선 것은 공감하지만 건설업계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며 “적절한 접점을 찾아 회계투명성 제고와 업계의 부담완화라는 수용가능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