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 IPO 대신 회사 매각…"시장 불안 탓"

미국에서 IPO(기업공개) 대신 회사 매각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우려가 큰 가운데 M&A(인수합병) 붐이 일자 적잖은 기업이 IPO 계획을 접고 스스로 매물로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에서는 최소 18개 기업이 다른 기업에 인수돼 IPO를 중단했다. 이는 올해 IPO를 신청한 뒤 IPO를 했거나 다른 기업에 매각된 기업의 10%에 달하는 것으로 그 비중이 2012년 이후 가장 높았고 지난해의 2배나 됐다. 지난해에는 1990년대 말 닷컴버블 이후 IPO시장이 가장 분주했다.

미국 기업들이 IPO 대신 회사 매각에 나선 건 무엇보다 금융시장 변동성을 둘러싼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2월에 단행할 전망인 금리인상, 역사적 평균치를 웃도는 주가 수준, 글로벌 지정학정 위기와 테러 위협 등 시장의 변동성을 자극해 IPO에 악재가 될 요인이 한둘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의 IPO 규모는 360억달러로 지난해 총액에 비해 63% 감소했다. 이에 반해 올해 M&A 규모는 2조3000억달러로 지난해 전체에 비해 46% 늘었다. 올해 전체 기록은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미약해 기업들이 몸집을 불리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M&A를 선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IPO와 M&A 가운데 한 쪽이 줄고 다른 한 쪽이 느는 불균형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딜로직 통계로는 지난 20년 동안 7번뿐이었다.

한 예로 미국 애완동물용품 업체인 펫코홀딩스는 최근 PEF(사모펀드) 운용사인 CVC캐피털파트너와 캐나다 연기금에 회사를 46억달러에 팔기로 했다. 올해 초 시가총액 4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신청한 IPO를 포기한 뒤다.


금융정보제공 업체인 인터랙티브데이터와 수제 맥주 회사 발라스트포인트도 IPO를 추진하다가 최근 회사 매각 방침을 발표했다. WSJ는 일부 기업은 매각 계획 없이 IPO 계획을 접고 있다고 전했다. 식료품 업체인 앨버트슨과 온라인 모기지 업체 론데포는 최근 시장 환경이 좋지 않다며 IPO를 연기했다.

IPO에 제동이 걸린 건 무엇보다 실적 부진 탓이 크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IPO를 실시한 기업의 주가는 IPO 공모가에 비해 평균 2% 하락했다. 지난해 전체 기준으로는 19% 올랐다.

이에 따라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은 공모가를 낮게 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IPO를 실시한 20개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공모가를 당초 예상범위보다 낮게 잡았다.

크리스 바텔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글로벌 주식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대부분 기업의 매출 성장세가 약해 M&A가 수익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며 M&A 붐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