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국내 방송 '위기감' 통신 '기대 반(半)'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한발 더 다가서면서, 국내 방송·통신산업계에는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반응이 나온다. 한류 확산, 중국 시장 확대 등을 노리는 사업자가 있는 반면 거대 중국 자본에 국내 시장 경쟁력이 밀릴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열악한 제작 환경을 고질적인 문제로 안고 있던 방송업계가 특히 우려가 크다.


30일 여야는 오랜 논쟁 끝에 국회 본회의를 열고 한중 FTA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FTA를 통해 서비스 무역 분야의 방송과 통신 산업에 대한 장벽도 허물게 된다. 특히 통신의 경우 중국 FTA 최초로 별도 챕터(항목)를 구성해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했다.

우선 방송 분야에서 양국은 방송용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 프로그램 공동제작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TV프로그램 공동제작물에 대해 국내제작물과 동일한 혜택을 부여하기 위한 방안을 협의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포함했다.

국내 방송업계는 이번 FTA가 발효되면 득과 실이 명확히 나뉠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최대 한류 시장으로 부각되는 중국 시장에 다시 한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는 점이 득이다. 최근 중국 제작자들이 국내 예능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해 만든 프로그램이 중국 시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이고 있어 활발한 공동 제작도 예상된다. 중국 내 한국 방송콘텐츠의 저작권 보호를 강화할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 변화다.

반면에 장기적으로 거대한 중국 자본에 국내 방송 콘텐츠 인력과 기술이 모두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독립제작사 등 국내 방송 제작 사업자의 자본력이 취약한 탓에 공동제작으로 시작해 결국 국내제작 기반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 업계에서는 이미 시장에서는 유명 방송프로듀서, 작가 등의 중국으로 이동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통신업계는 아직까지 한중FTA의 득실을 따지기 이르다는 분위기다. 정부 인가사업자이자 내수기반인 산업적 특성 탓에 이번 협정만으로 양국 교류 활성화 수준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 통신 부문을 개별 항목까지 마련한 데 비해서는 반응이 조용한 편이다.

이번 한중FTA는 통신서비스가 그 자체가 서비스 교역활동이면서 동시에 경제활동의 토대가 되는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해 그 장벽을 없애기 위한 기본적 장치를 담았다. 우선 상대국 망이나 서비스에 차별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상호접속도 비차별적으로 제공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통신 분야 규제환경이 보다 투명해지고 예측 가능해지면서 국내 통신사업자가 겪는 중국 진출의 어려움을 일정부분 해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통신 기반 사물인터넷(IoT), 헬스케어 등 연관 서비스 산업의 동반성장과 활성화도 기대했다.

한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FTA 협정문이 원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통신 사업에 어디까지 파급효과를 미칠 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그 영향력을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