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반대해도 호텔롯데 상장 가능…세칙개정 검토

한국거래소가 호텔롯데 IPO(기업공개)의 걸림돌로 꼽혔던 ‘5% 보호예수’ 시행세칙의 개정을 검토한다. 세칙이 변경될 경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반대해도 IPO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은 의무적으로 보호예수(6개월)를 해야 하는 상장규정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수관계인의 6개월간 보호예수는 상장 직후 주요주주의 지분 매각에서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지만 최근 남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6개월간 의무 보호예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지분을 5% 미만으로 소유한 특수관계인만 거래소가 인정하는 경우 보호예수를 면제 받을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을 뿐이다.



상장하려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특수관계인의 보호예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는 규정은 호텔롯데 IPO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혀왔다.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를 통해 호텔롯데 지분을 5.45% 보유하고 있어서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을 확보한 상태다. 신 전 부회장의 동의가 없으면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청구도 힘들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거래소가 시행세칙 변경을 검토하면서 신 전 부회장의 반대에도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거래소는 현재 특수관계인의 보호예수 동의가 없어도 상장이 가능한 예외조항에서 '5% 미만'을 없애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규정 시행세칙은 거래소가 개정할 수 있어 내부 논의가 확정되면 변경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보호예수 규정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 일본, 홍콩 등에는 이같은 보호예수 규정이 없다"며 "보호예수 규정에 따르면 95%가 찬성해도 5%가 반대하면 상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알박기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코스닥 상장이 무산된 선바이오가 보호예수 알박기에 당했다. 예비심사를 청구하기 전에 모든 특수관계인(지분율 53.4%)에게 보호예수동의를 받았으나 이후 최대주주의 형제 중 한명이 소량의 주식을 장외에서 매수한 뒤 반대에 나서 결국 상장을 철회했다.

보호예수 제도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대주주의 6촌(부계혈족 기준)에 달하는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너무 넓고 특수관계인 간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같을 것이라는 전제도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IPO를 두고 문제가 생기자 거래소가 보호예수 규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미 업계에서는 보호예수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