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연 1조 매출' 킴스클럽 공개 매각 나선 이유는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이랜드그룹이 대형 할인점 '킴스클럽'을 매각한다. 2010년 이후 과감한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몸집 키우기에 집중하다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랜드그룹은 30일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이 운영 중인 하이퍼마켓 사업부문 킴스클럽을 공개 입찰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킴스클럽은 식료품과 공산품을 판매하는 대형 할인점으로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NC백화점과 뉴코아아울렛, 2001아울렛, 동아백화점 등 전국 37개점에 입점됐다.

킴스클럽은 1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흑자 사업장이지만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 중심의 할인점 시장에서 업계 선두 지위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매각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영 원칙에 따라 전략적 의사 결정을 하게 됐다"며 "글로벌 유통사업과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사업 확장에 우선 순위를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킴스클럽 매각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용 승계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랜드가 유동성 악화로 부채비율 증가, 신용등급 하락 등 재무 문제가 발생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해석했다.

이랜드는 2010년 이후 △대구 동아백화점(2680억원) △서울그랜드백화점 강서점(950억원)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2000억원) △패션잡화기업 만다리나덕(700억원)과 코치넬리(500억원), 엘칸토(200억원) △제주 청평풍림리조트(300억원) 등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외형은 커졌지만 차입금이 늘어 그룹 전체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이랜드월드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5조2081억원, 부채비율은 338.8%에 달한다. 특히 순차입금이 3조9000억원이고 이 가운데 단기성차입금이 3조1839억원이나 된다. 현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랜드가 최근 국내외에서 잇달아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내부 사정을 반영한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7월 1조원 규모 블라인드펀드에 뉴코아아웃렛 동수원점ㆍ인천점 등 부동산을 세일즈앤리스백 방식으로 팔아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해에는 여성복 브랜드 '데코티네이션'도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