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비 국고 사기' 이석기, 징역 4년 구형…"먼지떨이식 수사"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진공동취재단

선거비용을 실제보다 부풀려 국고에서 보전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검찰이 징역 4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이 전 의원은 지하혁명조직 RO를 총괄하며 국가 체제 전복을 모의한 혐의(내란선동 등)가 유죄로 인정돼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 중이다.


검찰은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장일혁) 심리로 열린 이 전 의원 등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사기·횡령죄에 대해서는 징역 3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선거기획사 CN커뮤니케이션즈(CNC) 관계자와 기초의원 낙선자 등에 대해서는 최소 벌금 300만원에서 최대 징역 2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선거관리위원회가 현실적으로 실사에 나서기 어려운 선거비용 보전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범행"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하는 선거공영제를 악용한 것으로, 전 국민이 실질적 피해자가 되는 중대한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의원은 검찰이 자신에 대해 기획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후진술에서 "직원 10여명 남짓한 조그만 회사에 검찰이 먼지떨이식 수사를 벌여 협력업체 수십 곳을 압수수색했다"며 "이 정도 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면 거대 재벌도 망하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CNC)를 설립한 이래 늘 법을 지켰지만 실무적으로 미숙한 처리가 있었던 점을 재판 과정에서 알게 됐고, 참으로 유감"이라며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면 내게 묻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선처를 베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공판은 이 전 의원이 내란음모 사건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았던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 전 의원의 지지자와 취재진이 몰려들어 100여석 규모의 법정은 빈 자리가 거의 남지 않았다.

이 전 의원이 최후진술을 마치자 방청객에서는 지지자들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한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화이팅"이라고 외친 끝에 법정 밖으로 끌려나갔다.

이 전 의원 등은 CNC를 통해 2010년 광주·전남교육감과 2010~2011년 기초의원, 2010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국고 보전비용을 과다 청구해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CNC는 국고보조가 되지 않는 정책개발자문비용을 임의로 포함시키거나 물품 공급가격을 부풀리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CNC는 실제보다 부풀린 가격이 적힌 별도 계약서를 후보자 측에 제공하고, '선관위의 보전절차가 마무리된 뒤에는 이들 자료를 전면 폐기하라'는 취지의 매뉴얼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이 전 의원은 CNC 법인자금 2억3100여만원을 유용해 2009년 서울 여의도 빌딩을 구입하는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포착해 횡령 혐의도 적용됐다. 이 전 의원은 이렇게 매입한 여의도 빌딩을 한 여론조사기관에 임대해 매달 500만~600만원의 임대료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 전 의원은 CNC 비리로 재판을 받던 2013년 9월 RO 총책으로서 북한의 대남 혁명론에 동조하고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모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내란음모죄 성립에 필요한 '실행의 합의'가 없다는 이유에서 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으로 감형했고,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