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까지 앞장 선 'SDR' 뭐길래?

"SDR이 과연 뭐길래, 중국은 지난 10년간 SDR 편입에 그토록 열을 올렸을까?"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으로 불리는 SDR(Special Drawing Rights)은 세계 중앙은행인 IMF가 발행하는 장부상의 가상 화폐다. 이 SDR은 IMF 가맹국이 급박한 자금을 필요로 할 때 무담보로 외화를 빌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흔들리는 그리스 경제에 자금을 대준 것도 바로 SDR이었다.

IMF는 이렇게 특별 인출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돈을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 유로, 파운드, 엔 등 4종의 화폐에 일정 비율로 분산 투자한다. IMF 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국가들도 그렇게 한다. 이렇게 SDR에 편입된 화폐는 세계 기축통화로 국가 간 결제나 금융 거래의 기본 화폐로 쓰인다.
결국 위안화가 이 4종의 화폐와 함께 다섯 번째로 SDR에 편입된다는 것은 위안화가 세계의 기축통화 자리를 꿰찬다는 것을 말한다.

◇SDR 통화가 세계 경제 '쥐락펴락'=사실 SDR의 변천사는 세계 기축통화가 어떻게 바뀌었고, 그에 따라 세계 경제 질서가 어떻게 재편됐는지 잘 보여준다.

초기에는 1SDR은 1달러였지만 1972년 미국이 금값을 기준으로 달러화 환율을 정하던 고정환율제를 포기하면서 바스켓 통화 방식을 도입하게 됐다. 1974년부터 세계 무역 상위 1%에 해당하는 16개국의 통화를 편입시켜 SDR을 구성한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16개국 통화로 바스켓을 구성하다보니 SDR 화폐 계산이 지나치게 복잡해졌다. 1SDR 산정을 위해 16개국 통화의 가중치를 조정할 때마다 이해관계를 둘러싼 각 국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자국 화폐를 바스켓에 넣어달라는 외부의 주문도 거셌다.


IMF는 이 같은 부작용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1980년부터 달러, 파운드, 엔, 마르크, 프랑화 등 5종 화폐로 바스켓을 단순화했다. 이는 곧 이 5개국이 전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의미다. 5개국 위상을 잘 아는 다른 국가들은 이후 SDR에 편입시켜 달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이렇게 한번 정해진 SDR 바스켓 통화는 이후 흔들림이 없었다. 2000년 유럽연합이 탄생하며 마르크화와 프랑화가 유로화로 바뀐 것을 빼면 15년간 SDR 바스켓은 변하지 않았다.

바로 이 기득권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 중국이다. IMF는 SDR 편입 화폐의 전제 조건으로 해당 국가의 화물 및 서비스 무역이 세계 최상위권이어야 하며, 전 세계에서 자유롭게 사용 가능해야 한다는 2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중국은 이미 2013년 전 세계 최대 화물 및 서비스 무역국가에 등극했다. 지난해 수출은 전 세계의 12.37%로 미국(8.57%)이나 일본(3.6%)을 압도했다. 이미 첫 번째 조건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IMF는 위안화가 지나치게 평가절하돼 있고 중국 정부가 환율을 일부러 막고 있다며 못마땅해 했다. 이렇게 인위적인 화폐를 어떻게 SDR 편입시킬 수 있느냐고 노골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시진핑도 나서서 SDR 편입 공들여=하지만 중국은 최근 10년간 30% 이상 위안화를 절상하며 IMF 구애에 나섰고, 급기야 지난 8월에는 환율 중간가격을 시장 자율에 맡기며 일정 부분 변동환율제를 도입하는 승부수까지 띄웠다. 지난 9월과 10월에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잇따라 미국과 영국을 방문,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위안화 편입을 불편해하는 강대국의 마음을 돌려놓기도 했다.

중국이 이처럼 SDR 편입에 공을 들인 이유는 SDR 편입으로 위안화가 세계 기축통화로 자리 잡으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양적완화(QE)를 단행한 국가는 모두 SDR 바스켓 소속 국가였다. 기축통화이다보니 돈을 마음대로 찍어내 자국 경제의 문제를 풀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중국도 SDR 편입을 통해 환율 리스크를 줄이고, 자본시장에 숨통을 트일 수 있게 됐다. 제조업 중심의 중국 경제가 한층 강해지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나아가 중국은 자국과 전 세계를 잇는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투자자금 마련에도 한결 유리해졌다. 신중국 100년의 과업이라는 ‘대국굴기(대국으로 우뚝 일어섬)’를 실천하려면 돈의 힘이 절실했는데, SDR 편입으로 그 힘을 배가시킬 수 있는 촉매제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SDR에 편입된 위안화로 중국은 이제 금융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안전판을 얻었다고 보면 된다"며 "중국 정부의 2개의 100년 목표 중 하나인 2020년 전면 샤오캉(중산층) 사회 건설이 한층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