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주, 또 다시 불거지는 버블논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제약주와 관련한 버블논쟁이 한창이다. 최근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의 신약개발 효과를 고려해도 주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이다.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제약대표주 한미약품 적정주가를 현재의 절반으로 제시한 '매도' 리포트가 나왔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예상실적과 현재 주가수준을 기준으로 추산한 한미약품, 녹십자,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대웅제약 등 5개 제약사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49.2배로 집계됐다.

셀트리온, 바이넥스, SK케미칼, LG생명과학, 메디톡스, 씨젠, 마크로젠, 코오롱생명과학 등 중소 제약사와 바이오업체 19곳의 평균 PER은 81.4배로 추산됐다. 이 수치들은 유안타증권이 데이터가이드 등의 자료와 자체분석을 종합한 것이다.

이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지표와 비교해 최소 3배, 많게는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노바티스, 화이자, 사노피, 로슈, 머크, 존슨앤존슨 등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올해 예상실적 기준 PER가 평균 16.3배에 불과했다.

아젠, 길리어드 사이언스, 바이오젠, 셀진, 리제네론 파마슈티컬스, 샤이어 등 6개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PER은 평균 21.5배에 머물렀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주가가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달 27일 씨티그룹이 한미약품의 주가가 지나치게 비싸다며 매도 리포트를 내놓으면서 목표주가를 현재(1일 종가 76만4000원)의 절반 수준인 39만4000원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김상수 씨티그룹 연구원은 "현재의 밸류에이션은 피크세일즈(연간 최대매출, Peak Sales)와 신약 성공률을 글로벌 표준에 비해 높게 가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미약품의 R&D(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의 가치는 주당 28만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에 비해 67%나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약품의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과대평가됐다"며 "폐암치료제(HM61713)의 경우 신약시장의 치열한 경쟁요인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가치가 책정된 듯 싶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미약품의 밸류에이션은 시장 컨센서스에 비해 92% 낮춰야 하고 면역질환 치료제(HM71224)와 당뇨 치료제(퀀텀프로젝트) 역시 시장 컨센서스를 각각 81%, 56% 내려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현재 씨티그룹을 제외하곤 제약·바이오에 관한 매도 리포트가 나오지 않았으나 전반적인 기조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한 외국계 증권사 임원의 설명이다.

그는 "한미약품을 비롯해 코오롱생명과학, LG생명과학 등 성과를 내는 기업도 많다"며 "그러나 시장의 막연한 기대감이 반영된 탓인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할 때 밸류에이션이 과도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다른 의견이다. 유안타증권이 내놓은 내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목표주가는 현재보다 20% 가량 높고, 대신증권 역시 전략적 연구개발(R&D) 성과가 계속될 것이라며 2016년에 본격적으로 수확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근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약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제약업종 비중확대 전략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제약업 기술력이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했을 뿐이고, 내년에는 보다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와 해외기업을 같은 잣대로 보면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제약사는 성장을 견인하던 신약들의 특허기간이 잇따라 종료, 수익성이 크게 낮아졌으나 국내는 스타트 단계라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제약산업 시너지를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과 중국 자이랩(ZAI Lab)의 폐암신약 기술이전 계약체결을 주목해야 한다"며 "규모는 작지만 중국시장에서 추가적인 가능성을 보여준 케이스"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하는 기술은 상업화 권리가 빠진 경우가 많으나, 중국의 경우 수익을 함께 배분하는 구조라 수익성이 보다 높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