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결정 연 8회로 줄이자" 총대 멘 금통위원들 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한국은행 안팎에서 소문만 무성했던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연간 8회 축소방안이 처음으로 공식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현재 한은 금통위는 연간 12회 개최하고 있으나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예를 보면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연 8회 개최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그동안 논의됐던 회의개최 횟수 축소 문제의 구체적인 방안 등에 대한 검토를 본격화해 가급적 연내 마무리 짓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 철저히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공식적으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로 일관했던 금통위가 의결일까지 예고하면서 공식화한 이유는 무엇보다 내년 4월 새롭게 합류하는 4명의 신임 금통위원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7명의 금통위 구성원 중 이주열 총재, 장병화 부총재, 함준호 위원 3인을 제외한 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문우식 4명의 금통위원은 내년 4월 임기가 종료된다.

이들이 약 4년간에 금통위에서 의사결정을 해오면서 느꼈던 애로사항을 임기 종료를 앞두고 거론함으로써 비판 여론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차기 금통위가 시작하자마자 회의 횟수를 줄이는 안건을 논의하면 모양새가 좋을리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연준(Fed)을 비롯해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들이 모두 통화정책회의를 줄여나가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그동안 이 문제를 거론하지 못한 이유는 여론을 의식해서였다.

금통위원들은 ‘고액 연봉’의 대명사로 거론돼 금통위 회의 횟수를 줄이려는 시도를 할 경우 매번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지난해 기준 금통위원의 연봉은 2억6670만원으로 올해 대통령 연봉(2억5046만원)보다도 많다.

그렇지 않아도 매월 12회 열리는 금통위 이외에 존재감이 없는 위원들이 회의 횟수마저 줄이려고 한다면 업무 태만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비판 여론에 대해 현직 한 금통위원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금통위원들은 기본적으로 한달에 두 번 통화정책회의에 참석한다. 둘째 주 목요일은 기준금리를 결정짓는 회의를 하고 넷째 주 회의는 공개시장조작, 금융중개지원대출 관련 심의, 한은 내부경영 사항 등이 의결된다.

이와 함께 금통위원 5인은 매주 경기동향을 논의하기 위해 정기회동을 갖고 중요한 이슈가 있을때에는 수시로 회동한다. 매번 회의를 할 때마다 준비없이 나갈 수 없기 때문에 금통위원의 하루 일과는 그야말로 회의 준비의 연속이다. 한 금통위원은 “정식 회의뿐만 아니라 수시 회의도 많아 자료 검토만 하더라도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매월 금리를 결정할 때마다 시장에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는 것도 문제라는 인식이 많았다.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취업자수, 물가, 가계부채 등 매월 변동성이 큰 지표들이 나올 때 마다 여론이 달라지는데 중기적 시계를 가지고 금리를 결정짓는 금통위에게 매번 새로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지표가 아닌 여론과 정치권 입김에 통화정책의 근본이 흔들리는 모양새가 비춰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또한 금리결정에 중요한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분기별로 나오고 수출입 동향도 다음달 중순 이후에 가시화되기 때문에 매월 회의를 개최할 경우 이런 흐름을 온전히 읽지 못한다는 점과 둘째주 목요일이 선물·옵션 만기일로 금통위 회의가 시장 변동성을 오히려 키운다는 지적도 있어왔다.

회의가 형식적으로 열린다는 의견도 있다. 1999년 5월 한은이 독립적으로 금리결정을 하기 시작한 이후 금통위는 총 201회 개최됐는데 이 가운데 158회가 동결이었다. 인하는 21회, 인상 16회였다.

금융위기 등 긴급 상황시에는 임시 금통위를 언제든지 열 수 있다는 점도 의사결정을 매월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에 부합된다.

금통위 금리결정 회의 축소 안건은 오는 24일 전체회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금통위 의사록에 공개 거론된 것으로 볼 때 금통위 내부적으로는 이미 합의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시행시기는 준비기간을 고려할 때 당장 내년보다 2017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 문제에 대해 큰 이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6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통위 연간 8회 개최방안과 관련 “내부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계속 이야기가 나오다보면 논의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