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미인의 기준

지금은 추억의 한 장면이지만 해마다 TV로 중계되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보다 보면 식구들마다 ‘진(眞)’으로 꼽는 미인들이 조금씩 달랐다. 누구는 얼굴, 누구는 몸매, 누구는 재치 등 제각기 중점적으로 보는 미인의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의 주요 투자주체인 기관과 외국인은 11월 이후 어떤 기준으로 '미인주'를 고르고 있을까.

◇기관·외국인 모두 삼성전자 '팔자'=11월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기관이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팔고 대형가치주를 집중 매수한 반면 외국인이 삼성전자와 대형가치주를 매도하면서 성장주를 집중 매수했다는 점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초부터 지난 1일까지 코스피 코스닥 시장 통틀어 기관의 순매도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한미사이언스 (32,000원 ▼700 -2.14%) 한국전력 (20,150원 ▼250 -1.23%) CJ E&M (98,900원 ▲2,200 +2.3%) BNK금융지주 유한양행 삼성물산 신세계 현대해상 SK네트웍스 NAVER 두산 한국항공우주 LG생활건강 신한지주 SK텔레콤 롯데칠성 등이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65,200원 ▼1,100 -1.66%) POSCO SK텔레콤 호텔신라 SK 삼성화재 현대차 현대모비스 LG SK하이닉스 등을 내다팔았다.


같은 기관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현대차 LG전자 POSCO 삼성화재 셀트리온 현대모비스 LG화학 엔씨소프트 LG SK이노베이션 동부화재 SK하이닉스 등이다.

반면 외국인은 동부화재 아모레퍼시픽 삼성SDI LG생활건강 한국항공우주 한국타이어 CJ E&M (98,900원 ▲2,200 +2.3%) 한화케미칼 LG디스플레이 NAVER 현대해상 유한양행 신세계 기아차 등을 사들였다.

외국인과 기관은 모두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팔아치웠는데 11조30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소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자사주 매입으로 매도를 받아주자 차익실현에 나섰다는 얘기다.

외국인은 11월 이후 단 3일만 제외하고 모두 삼성전자에 대해 ‘팔자’로 대응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지분율도 11월초 50.70%에서 전일 50.17%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4월1일 50.14% 이후 최저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끝날 때까지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현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이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시기 11번중 7번이나 순매도로 대응했다”며 “외국인의 매매패턴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다소 보수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한화케미칼 등 성장주 선호=기관들이 전통적으로 연말 펀드의 수익률 관리를 위해 대형주 위주의 매매를 보였다면 외국인들의 한화케미칼 LG디스플레이 CJ E&M 등과 같은 성장주 선호 현상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한화케미칼의 경우 3분기 깜짝 실적 발표와 2016년 실적호조 지속 전망으로 전일 8% 넘게 급등하는 등 연일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외국인 지분율도 11월초 15.15%에서 17.37%로 훌쩍 뛰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채택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제적 투자를 통한 기대감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CJ E&M은 종합 콘텐츠 회사로서의 매력을 확인한 데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35,900원 ▼100 -0.28%) 투자전략센터장은 “외국인들이 최근 들어 예전과 달리 중소형주 탐방을 선호한다”며 “이는 한국 시장 전체의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저성장 기조에서도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3일, 현지시간), 석유수출기구(OPEC) 회의(4일), FOMC(15~16일) 등으로 환율과 상품 가격의 변수가 많은 상황이 성장주 등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성장주 상승을 이끈 우호적인 수급상황이 12월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12월에도 성장주내에서도 소외되었던 유통 필수소비재 등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으며 2016년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매출성장과 자산효율성이 개선되는 종목에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