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정맥'으로 은행 업무를… 은행의 진화 시작!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김진형 기자

#. 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15층.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신한은행의 무인스마트점포인 '디지털 키오스크' 앞에 섰다. 적외선 센서에 손바닥을 올리고 정맥 인증을 하는 간단한 절차를 거치자 곧바로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 보안카드 발급이 완료됐다. 기존엔 OTP 카드를 발급 받으려면 창구를 방문해 대기표를 뽑고 신청 서류를 작성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디지털 키오스크에서는 10초 안에 간단히 발급을 받을 수 있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손바닥 핏줄 혈액 지도를 반영하는 정맥 인증을 통해 신분을 확인하는 기술을 도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신한은행이 카카오뱅크와 K-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에 앞서 정맥 인증을 통한 비대면 본인 인증을 도입하면서 금융 혁신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은행원을 보지 않고도 계좌를 만들고 대출을 하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시행한 것. 이는 기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간 금융혁신 주도권 다툼의 서막을 연 것으로 읽힌다.

특히 신한은행이 본인 신원 확인을 위한 정맥 인증을 도입하면서 생체인증 기술은 금융권 보안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생체 인증은 지문, 홍채, 정맥, 안면 등 생체 정보 및 신호를 바탕으로 본인을 인증하는 기술이다. 암호를 외울 필요도 없고, 분실이나 도용 위험도 없어 글로벌 기업들과 핀테크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미래기술분야다. 애플이 자체 지문 인식 솔루션을 개발해 지난해 10월 애플페이에 적용한 것도 일종의 생체인증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얼굴의 형상뿐만 아니라 굴곡과 체온 등을 조합해 사용자의 신원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신한은행이 선보인 정맥 인증은 적외선 스캐너를 사용해 접촉 없이 손바닥 정보를 읽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오차율이 0.0001% 이하로 4%인 지문 인식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인증을 완료할 수 있다. 적외선으로 혈관을 투시한 후 나타나는 손바닥 정맥 지도로 신분 확인을 하는 기술로 복제가 거의 불가능해 높은 보안성을 지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신한은행 디지털 키오스크 시연회에 참석, "오늘은 대한민국 금융사에 바이오 인증 시대의 막을 연날"이라며 "손바닥 정맥지도 인증을 필두로 향후 홍채, 안면, 지문 등 다양한 생체정보에 대한 인증 기술이 발달하면서 머지 않아 휴대폰에서 바이오인증을 통해 금융 거래를 하는 시대도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대면 실명확인은 그야말로 금융의 새로운 시작"이라며 "비대면으로 모든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금융의 경쟁과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시연회에서 써니뱅크를 통해 직접 국내 1호 비대면 실명확인 계좌를 개설하고, 디지털 키오스크에서 정맥인증을 통해 전자금융서비스에 가입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생체 인증을 통한 비대면 본인 인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손잡고 이르면 이달중 지문과 홍채 등 파이도(FIDO) 생체정보인증시스템을 도입한 '원큐뱅킹'을 시행한다.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도 각각 지문 인증과 홍채 인증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이 이날 선보인 것은 은행권 최초로 비대면 실명확인 무인점포 '디지털 키오스크'와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 '써니뱅크(Sunny bank)'다. 써니뱅크는 비대면 실명확인 제도 시행으로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계좌개설 등 은행업무가 가능한 모바일 특화 금융서비스이며, 디지털 키오스크는 기존 대면창구의 90%에 해당하는 107개 영업점 창구 업무가 가능한 정맥 인증을 도입한 무인 스마트점포다.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오늘은 국내 최초로 비대면 실명확인을 활용해 은행 지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되는 대한민국 금융사에 큰 의미가 있는 날”이라며 “한국 금융의 대표주자로서 책임을 가지고 다가오는 미래 금융 환경에서 변화와 혁신의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