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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쓰고 월 천만원 번다고? '오감만족' 장르문학 무시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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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쓰고 월 천만원 번다고? '오감만족' 장르문학 무시 말자"

머니투데이
  •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겸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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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2.1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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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 수다회]<1>'日라이트노벨' 베스트셀러 진입+대형서점문학코너 차지할 정도 마니아층↑

[편집자주] 장르는 문화에서 어떤 갈래다. 문학이라고 하면 시, 소설, 희곡처럼. 그런데 장르문학(장르소설)이라니. 장르문학은 서양에서 건너온 개념이다. 영문 위키백과를 보면 장르픽션(genre fiction) 항목이 있고 범죄,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로맨스, SF(에스에프), 웨스턴으로 구분돼 있다. 자·타칭 이른바 장르문학의 대가 3인이 모였다. 분야별로 선호도는 차이가 있지만, 이들은 독자들과 함께 ‘장르문학 부흥회’를 열 정도로 장르문학을 애호하고 장르문학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창조경제를 위해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상상력이라면, 장르문학이야말로 정부가 발 벗고 나서 지원해 ‘부흥’ 시켜야 할 콘텐츠 산업”이라는 주장도 새겨들을 만하지 않나. 대한민국 장르문학의 현주소와 장르문학이 지금보다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를 듣는 ‘수다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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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
◇ 사회= 신혜선 머니투데이 정보미디어과학부·문화부 겸임부장
◇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 김봉석 에이코믹스 편집장



- ‘장르문학’이라는 용어가 대중을 더 멀어지게 하지 않나요. 특정 층만의 것이라는. 언제부터 이 용어를 쓴 건가요.

◇박상준(이하 박)=과거에는 그냥 ‘대중문학’이었죠. ‘파퓰러픽션(popular fiction)’ 내지는 ‘펄프픽션(pulf fiction)’이라는 의미 정도? 그러다가 ‘장르픽션’이라는 말을 누군가 처음 썼을 텐데 그게 자연스럽게 팬들 사이에서 ‘장르문학’, ‘장르소설’로 굳어진 것 같아요.

◇김봉석 편집장(이하 봉)=한국에서 ‘문학’이라고 하면 오로지 ‘순문학’만을 지칭하는 느낌이 강했죠. “그렇지 않아, 오락성이나 상업성을 목적으로 하는 소설들도 있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이 이 단어를 쓰도록 한게 아닐까요.

◇김홍민 대표(이하 김)=2005년에 창업을 하면서 ‘북스피어’라는 이름 앞에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라는 설명을 붙였는데, 반응이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장르문학이 뭔가요’라는 궁금증, 다른 하나는 ‘문학이면 문학이고 대중문학이면 대중문학이지 장르문학은 또 뭐냐’라는 비아냥거림이었습니다.

당시 그 단어를 자연스럽게 쓰지 않았죠. 이후에 장르문학 전문 잡지를 표방한 '판타스틱'(Fantastique)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바뀌지 않았나 싶어요. 학창 시절부터 어른들의 '박해'를 받으며 미스터리, SF, 로맨스, 무협, 호러, 판타지 등을 탐독하던 독자들이 편집자나 기획자, 혹은 필자나 번역자로 활약하기 시작한 것도 대략 이즈음이었던 것 같고요. 비로소 집단이 형성된 거죠.

과거와는 달리 폭넓은 기획이 이루어졌는데 어떤 자리에 나가서 얘기할 때마다 ‘미스터리, 에스에프, 로맨스, 호러, 판타지’를 줄줄이 늘어놓으려니 너무 길잖아요(웃음). 대중소설과는 다른 특성이 분명히 있고. 한 방에 범주화할 말로 사용하게 된 걸 거로 생각해요.

"웹소설 쓰고 월 천만원 번다고? '오감만족' 장르문학 무시 말자"
- 올해 책 시장이 많이 안 좋았다면서요. 그 와중에 장르 문학 시장은 선전했다는 평가가 나오네요.

◇김=정확한 데이터가 없지만, 올여름에 선전한 책들을 보면 대략적인 윤곽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히가시노 게이고를 필두로 한 일본 문학이 여전히 강세였고, 한국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던 스티븐 킹이 명성을 회복했고, 찬호께이라는 작가가 다크호스로 등장했고, 앤디 위어가 에스에프의 저변을 넓혔고, 미스터리 전문 잡지인 '미스테리아'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게 올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죠.

스티븐 킹은 ‘호러소설의 제왕’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어서 한국에서 그리 주목받지 못했어요. 책 앞에 ‘공포’나 ‘호러’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책의 주 구매층인 여성) 독자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미스터 메르세데스'는 ‘스티븐 킹이 처음으로 탐정 추리소설에 도전한 작품’으로 홍보가 되었고 이례적인 판매고를 기록했단 말이죠. 이 소설은 장르 팬 보다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걸로 압니다. 하반기에 출간된 '별도 없는 한밤에'나 '롱워크' 앞선 작품에 비해 판매가 훨씬 좋은 걸 보면 올해를 ‘마침내 스티븐 킹이 한국에서 명성을 회복한 해’로 기억해도 될 것 같아요(웃음).

홍콩 미스터리가 한국에 출간된 적이 거의 없었는데 '13.67'은 미국 추리나 일본 추리와 달리 주윤발 형님의 버버리 향취가 물씬 풍기는 듯한 콘셉트가 30~40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퍼지면서 선전했다고 보고요.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가 꼽은 2015년에 주목받은 장르소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가 꼽은 2015년에 주목받은 장르소설.


'마션'은 이렇게까지 호응이 높을지 예상하지 못했어요. 읽어보니까 SF 소설임에도 왜 한국에서 많이 팔렸는지 알겠더라고요.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사지에 추락한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내용이잖아요. 앞으로 한국에서 출간되는 SF 소설은 '마션'의 덕을 얼마간 보지 않을까 싶어요.

올해 출판사 ‘아작’이 선전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겠죠. 책은 아직 두 권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 출판사는 SF 독자들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 SF 전문 출판사들이 보여줬던 우를 범하지 않고 영리하고 과감하게 마케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신예 '아작' 주목할 만…살아남을 전문 출판사 활약 기대

- SF소설이 장르문학을 활성화하는데 한몫한 느낌이 들어요. 더불어 과학책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박=영화를 포함한 영상매체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거라고 봐요. 2013년에 3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은 '그래비티'와 작년에 개봉한 '인터스텔라'가 우선 떠오르는데요. 인터스텔라 시사회 때 이종필 교수랑 정재승 교수가 내기하는 걸 옆에서 들었는데요. 이거 200만 가기 힘들다, 어쩌면 300만을 넘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 그럼 내기하자(웃음)... 이런 식이었어요. 최종 스코어는 1000만이 넘었죠. 당연히 왜? 라는 질문이 따라붙었고 의견이 분분했죠.

인터스텔라의 서사가 완전히 한국식 신파였기 때문에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였다는 걸로 가닥이 잡혔어요. 고등학교 교과서에 빅뱅 이론이나 상대성 이론이 나온다는데 교육적인 목적에서라도 부모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간 영향도 있다 하고요. 마션은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같은 선배 영화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봐야죠.

최근 몇 년 사이에 교양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했어요. 교양과학 분야의 현장 과학자와 교수가 활동할 수 있는 장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고요. 천문학 분야의 안상현 박사나 이명현 박사가 당장 떠오르고,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 있네’를 운영하는 원종우 대표도 있죠. 그렇게 보면 SF가 다른 장르에 비해서는 비교적 흐름을 잘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봉=지난 이삼 년 동안 장르 관련 책을 내던 출판사 중에 급격하게 어려워진 데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북스피어, 황금가지, 엘릭시르, 한스미디어를 비롯해 '미스테리아' 같은 잡지나 ‘버티고’ 같은 장르 브랜드에서 꾸준히 책이 나오고 있어요. 안정화가 됐다는 느낌입니다.

아까 얘기가 나왔던 아작 출판사도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걸 SF 팬들에게 인식시켰거든요. 비전 없이 무작정 장르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사라진 출판사들을 보면서 학습효과가 생겼다고 할 수 있겠지요.

황금가지나 시공사처럼 규모 있는 출판사는 국내작가들에게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예를 들면 '선암여고 탐정단'처럼 장르물이 영상화하기 좋으니까요. 실제로 추리 쪽에서 책을 낸 한국 작가들의 2차 판권이 거의 다 팔렸거든요. 도진기 작가라든가, 송시우 작가라든가. 과거에는 출판사들이 단순하게 판권료를 챙긴다는 데 의미를 뒀는데 요즘에는 출판사들도 이게 영상화되면 책이 잘 팔린다는 인식을 갖게 된 거죠.

또 하나는, 며칠 전에 제가 '일본소설 크게 늘었다… “이야기 찾는 대중 욕구 반영”'이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독자들이 일본소설을 비롯한 외국소설을 많이 찾는 이유가 ‘재밌는 이야기를 보고 싶어서 그렇다’는 내용이더라고요. 물론 외국 작품들은 선별돼서 들어오니까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더라도 독자들의 욕구를 국내작품들이 충족시켜 주지 못한 건 사실이죠.

- 그러니 한국 작가들을 발굴해야 한다는 소명도 필요하지 않나요.

◇김=일반적으로 문학적 권위는 순문학이 가지지만 판매는 대중문학이 앞서거든요. 하지만 한국은 순문학이 권위도 획득하고 팔리기도 많이 팔린단 말이죠. 신경숙 씨 소설이 문학상도 받고 단기간에 100만부씩 팔리잖아요.

예전에 소설가 송경아 씨가 “한국에서 소설가는 추리소설을 쓴다 하면 안 되고 추리적 기법을 이용한 소설을 써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라는 식으로 글을 쓴 걸 본 적이 있는데, ‘추리 작가’나 ‘SF 작가’로 분류되는 걸 두려워한다고 할까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의 스티븐 킹, 한국의 히가시노 게이고가 나오길 바라는 건, 비유하자면 유소년 축구나 국내 리그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비전 없이 무턱대고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바라는 심리와 비슷하다고 봐요.

5일 서울 서교동 에이코믹스 사무실에서 자타칭 장르문학 부흥회 '전도사'들이 모여 장르문학의 현주소와 미래를 얘기했다. 장르문학에 맞게 오늘 모임의 이름은 '수다회'로 정했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김봉석 에이코믹스 편집장,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사진 왼쪽부터) 사진=이동훈 기자photoguy@
5일 서울 서교동 에이코믹스 사무실에서 자타칭 장르문학 부흥회 '전도사'들이 모여 장르문학의 현주소와 미래를 얘기했다. 장르문학에 맞게 오늘 모임의 이름은 '수다회'로 정했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김봉석 에이코믹스 편집장,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사진 왼쪽부터) 사진=이동훈 기자photoguy@

◇박=북스피어처럼 규모가 작은 출판사의 경우에는 마음이 굴뚝같아도 여력이 없겠지만, 자본력을 가진 출판사들은 국내작가들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황금가지에서는 국내작가들만 모아서 꾸준히 판타지, 추리, SF 앤솔로지를 내고 있고요. SF는 '크로스로드'라는 웹진에서 올해로 십 년째 매달 국내 SF 작가들에게 지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원고료도 한국 문예지의 평균 고료보다 후하고요. 신인 기성 작가 할 것 없이 매달 SF를 싣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그것도 장편 연재가 아니라 단편, 중편들을. 그걸 묶어 단행본으로 발간해 왔지요. 사정상 잠시 중단됐는데 얼마 전에 모 출판사와 얘기가 잘 돼서 책이 나올 거라고 들었습니다.

또, 어린이청소년 문학 작가 또는 작가지망생 사이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SF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져서 강좌가 많이 생긴 것도 주목할 만하지요. 한낙원 어린이청소년 과학소설상이 작년부터 생겼어요. 한 작가는 어린이청소년 과학소설의 선구자인데, 195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어린이청소년 과학소설을 쓰신 분이에요. 제가 2007년도에 '판타스틱' 잡지 창간을 준비하면서 이분을 뵈었는데, 한 달 뒤에 인터뷰하려고 연락을 드렸더니 그 사이에 돌아가셨더라고요. 다행히 그분 유족들이 출연해주셔서 매년 상금 200만원을 지급할 수 있게 됐거든요. 작년에 1회 수상작이 나왔고요. 최영희 작가라고 창비 청소년 문학상도 수상했던 역량 있는 신인이 받았습니다. 올해 2회 수상자도 SF 팬덤에서 오래 활동하고 해당 분야의 번역도 해왔던 고호관 작가가 받았어요. 이분은 수학동아 편집장이기도 하죠.

또, 한국의 대표적인 SF 작가 가운데 한 명인 김보영 씨의 단편이 올해 초 외국 SF 잡지에 번역 소개가 돼서 영미권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다음 작품도 번역중인 걸로 알고 있어요.

◇봉=출판사들도 국내 작가의 작품을 내고 싶어 해요. 작은 출판사는 어렵지만, 규모가 큰 곳은 내고 싶어 하죠. 국내서를 내는 게 외서를 내는 것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인식이 바뀌었으니까요. 문제는, 추리나 SF를 쓰는 작가가 과연 고료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 것인가, 그게 쉽지 않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현재 활동하는 작가들의 경우에는 다들 직업이 있어요. 도진기 작가는 판사, 최혁곤 작가는 기자, 송시우 작가도 인권위에 적을 두고 있고.

국내 출판사도 국내 작가의 작품을 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다만, 추리소설이나 SF를 다루는 작가들이 전업작가로 먹고살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사진은 국내 장르문학의 명맥을 잇고 있는 작품들. 도진기 작가는 판사, 최혁곤 작가는 기자, 송시우 작가는 인권위에 적을 두고 있다.  <사진=알라딘> <br />
국내 출판사도 국내 작가의 작품을 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다만, 추리소설이나 SF를 다루는 작가들이 전업작가로 먹고살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사진은 국내 장르문학의 명맥을 잇고 있는 작품들. 도진기 작가는 판사, 최혁곤 작가는 기자, 송시우 작가는 인권위에 적을 두고 있다. <사진=알라딘>

그런데 웹소설 시장을 보면 놀라워요. 한국만화가 몰락하던 즈음에 웹툰이 치고 올라와서 시장을 견인했는데, 웹소설이 비슷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웹소설 공모전 심사를 하러 갔을 때 웹소설 사이트 편집장이 "글만 써서 한 달에 천만 원 넘게 받는 작가가 30명도 넘는다"고 하더군요. 마침 심사위원 중에 문창과 교수가 있어서 들었는데 순문학 쪽은 손가락 안에 꼽히죠.

이 30명은 웹사이트 하나에서 나온 수치고, 네이버, 문피아, 조아라, 북팔, 카카오페이지까지 합치면 최소한 다섯 곳이니. 네이버는 아마 훨씬 많을 테고. 그러니까 한 달에 천만 원 이상 버는 작가가 적어도 백 명이 넘는다는 거예요. 시장이 바뀌고 있는 거죠. 저는 그런 거라고 봐요. 그렇다면 차제에 웹소설 쪽에서 가능성을 모색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웹소설의 수준이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봉=일본의 라이트노벨이 그런 식으로 시작됐습니다. 초창기에는 정말 답도 안 나오는 글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런데 1990년대에 이르러 양질의 라이트노벨이 다수 등장했지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필력 있는 작가들이 유입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좋은 작가들이 늘어난 거죠. 웹소설도 결국 시간의 문제라고 봐요.

- 그러고보니 '마션'도 이를테면 웹사이트에 연재됐다가 책으로 나온 경우죠?

◇박=외국에는 그런 사례가 꽤 많아요. 한국에 번역된 SF 소설 중에 '노인의 전쟁'도 작가가 웹에 쓴 게 종이책으로 나와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문학상까지 받았습니다.

◇봉=한국에도 이영도와 이우혁, 귀여니 작가가 인터넷에서 연재하다가 책으로 내서 엄청나게 팔렸죠. 그런데 지속해서 성과를 내지 못했죠. 당시의 인터넷 소설은 유료화 정책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봐요. 전부 게시판에 공짜로 올린 거거든요. 그러니까 작가들이 돈을 벌 방법이 오직 종이책 출판뿐이었던 건데. 저는 그때 출판사들이 잘못했다고 봐요. 작가를 키울 생각을 전혀 안 했어요. 오로지 웹에서 인기를 끄는 작품들을 갖다 파는 역할만 하니까 흐름이 이어지질 않았던 거죠. 그걸 지금의 웹소설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거예요.

◇김=올 여름에 네이버 웹소설 담당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기성 작가 중에서도 웹소설에 도전하는 작가가 꽤 있고 그중 몇 명은 성과를 내기도 한 모양이에요. 점차 일본 라이트노벨과 같은 흐름으로 가는 과정일 거로 생각합니다. 새 흐름에 우리가 연찬 없이 지내는 동안 일본의 라이트노벨 시장은 엄청나게 커졌고 지금은 한국의 서점에서도 상당히 많은 지분을 보유하기에 이르렀거든요. 얼마나 커졌느냐면 교보문고의 문학 코너를 '세계문학, 한국문학, 라이트노벨' 이렇게 세 그룹으로만 구분해도 될 정도예요.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라는 제목으로 아홉 번째 나온 책이 출간되자마자 인터넷서점 종합베스트 탑10에 올라오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됐고요.

흥미로운 건 이 장르를 소비하는 독자들의 태도예요. ‘당신들은 고상한 문학 많이 읽으세요, 우리는 설령 오덕으로 무시당한다 해도 이게 재밌어’가 대세더라고요(웃음). 그러니까 ‘내가 무슨 책을 읽는지 남들이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생각으로 세계문학전집을 읽고 도스토옙스키를 주워섬기던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거죠. 현재 일본의 출판사들은 일찌감치 라이트노벨에 심취했던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30대를 위한 라이트노벨, 40대를 위한 라이트노벨 브랜드를 만드는 논의가 활발한데, 한국에서도 웹소설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봉=그래서 산업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작가가 좋은 작품을 내고 성공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 문제지만 결국 판이 생겨야 한다는 거죠. 판이 생기려면 비즈니스에 능한 사람들이 들어와서 비즈니스로써 여기에 독자가 몇 명이나 있는지 신규독자를 끌어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거든요.

하지만 초창기 인터넷 소설이 히트할 때 출판사가 접근하는 방식은 하나밖에 없었다는 거죠. 어, 이거 인기 좋네. 그래서 가져다가 내고. 없으면 말고. 이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해서 작품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논의하고 투자했어야 하는데 출판사들이 나 몰라라 했다는 거예요. 그들이 보기에 싸구려고, ‘관심은 없지만 팔리니까 내는 거야’라는 자세였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흐름이 끊겼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데 지금부터라도 논의가 필요하죠.

◇ "인터넷소설 산업화 못한 아쉬움…웹소설에선 다른 기류 읽힌다"

박 대표가 ‘홍길동전’이 조선 시대의 장르픽션이라고 하자, 김 편집장이  최초의 소설인 ‘금오신화’도 그 시절의 판타지고 응수했다. 이런,장화홍련은 어떻고. 우리에게도 장르문학에 콘텐츠가 될만한 많은 설화와 신화가 있다. 우리 콘텐츠를 이용해 재미있는 읽을 거리와 볼 거리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창조경제의 시작이다. <br />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김봉석 에이코믹스 편집장(사진 왼쪽부터) 사진=이동훈 기자photoguy@
박 대표가 ‘홍길동전’이 조선 시대의 장르픽션이라고 하자, 김 편집장이 최초의 소설인 ‘금오신화’도 그 시절의 판타지고 응수했다. 이런,장화홍련은 어떻고. 우리에게도 장르문학에 콘텐츠가 될만한 많은 설화와 신화가 있다. 우리 콘텐츠를 이용해 재미있는 읽을 거리와 볼 거리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창조경제의 시작이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김봉석 에이코믹스 편집장(사진 왼쪽부터) 사진=이동훈 기자photoguy@


- 요즘 청소년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걱정이 많은데요. 인문학적 사유를 기를 수 있는 책도 읽어야겠지만 재미있는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박=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온 지 벌써 15년이 흘렀잖아요. 21세기에 태어난 아이들이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이 됐고 5년만 지나면 한국 사회의 중추로 편입될 텐데 이들이 경험해온 환경은 20세기에 태어난 사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예컨대 서기 1900년에 태어나 천수를 누리고 일흔의 나이로 1970년에 죽은 사람의 일생을 보면요. 태어날 땐 비행기가 없었는데 죽을 때는 인간이 달에 간 다음이란 말이에요. 아폴로 우주선이 1969년에 갔다 왔으니까. 긴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100년이 채 되지 않는 인간의 짧은 일생에서 이렇게 급격하게 과학기술적 환경의 변화를 겪은 경험을 한 세대가 인류역사상 처음 나온 겁니다. 20세기에.

저는 바로 그 대목이 SF 탄생배경이라고 봅니다. 변화가 없는 정적인 상수였던 과학기술이 20세기 들어서 갑자기 동적인 변수로 돼버린, 그렇게 다이나믹하게 변해버린 세상에서 과학기술이 우리 인간의 삶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를 스토리텔링과 결합한 게 SF라고 할 수 있어요.

그중에서도 과학기술이 우리 인간의 미래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점을 봐야합니다. 핵폭탄, 유전자 조작식품, 에너지 문제, 환경 생태 오염 같은 게 모두 과학기술의 악영향이죠. 이게 인간의 미래를 어떻게 좌지우지할 건지에 대해서 작가들이 스토리텔링과 결합해 미리 고민해보는 것이 SF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상상력에 재미 그리고 교육적 의미까지…장르문학의 미덕 작지 않다"

그런 점에서 우리도 우리지만, 사회 윤리적인 합의와 체제를 미처 정비하기도 전에 새로운 과학기술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환경에서 살아갈 다음 세대의 아이들한테는 숨 가쁘게 변하는, 가까운 미래가 곧 현실이 되는 상황을 유연하게 맞이할 수 있는 노하우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SF는 근미래를 시뮬레이션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펼쳐 보여주는 장르니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가 앞서 얘기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거죠. 아, 물론 1차로는 엔터테인먼트로써 스토리텔링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겠고요.

◇봉= 영화라는 매체도 60년대 이후부터 겨우 예술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고 2000년대 들어오면서 게임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지요. 저는 그런 것들을 예술로 인정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동시에 ‘예술이 아니면 필요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란 말이죠. 대중문화의 미덕은 오락성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에게 원래 노는 게 더 중요했다는 거죠(웃음). 인간이 재미를 찾는 것은 본능입니다. 아이들이 웹소설을 보는 것도 오로지 재미있기 때문이거든요.

학교 밖에서만이라도 재미있는 것들에 대해서도 가르쳐줘야 하지 않을까요. 영화야말로 장르가 가장 발달해 있는데, 사람들한테 “야, 요즘 이 영화가 재밌대”라고 이야기하면 제일 먼저 돌아오는 질문이, 한국영화는 배우가 누구냐, 외국영화는 그게 무슨 장르야, 라는 거래요(웃음).

액션이냐 로맨틱 코미디냐, 에 따라 내가 좋아하는 걸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거죠. 장르가 만들어진 이유도 관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그게 영화산업을 성장시켰거든요. 산업이 성장하고 장르가 발전하다 보면 결국 그 안에서 걸작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이걸 철저하게 유희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외국어를 공부할 때 그 나라의 추리소설을 텍스트로 삼으면 효과가 크거든요. 이야기의 흐름을 좇아가야 하니까 중간에 사전을 찾을 시간이 없고, 뒷부분이 궁금하니까 어떻게든 끝까지 읽어야 하고요. 제 경험상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는다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되면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줍니다.

음악에 귀가 틔는 순간이 있고 미술도 눈이 틔는 순간이 있을 텐데. 이것저것 많이 듣고 보는 게 장땡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다들 학교 다닐 때는 의무감이나 시험 때문에 권장도서니 뭐니 억지로 우겨넣기 바쁘고 졸업과 동시에 책과 담을 쌓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이지요.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는 경험을 하는 것, 그 감흥을 느끼는 것, 그럼으로써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는 것은 중요한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죠. 취향은 모르겠고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베스트셀러에 손이 갈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요, 그런 차원에서 보면 장르물은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게 해주는 지구력을 키울 수 있는 ‘교과서’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 장시간 얘기 감사합니다. 중고생을 위한 올바른 장르문학 교과서 같은 걸 만들면 좋겠네요(일동 웃음). 책 이야기니까 아직 못 읽은 독자를 위해서 좋은 장르소설을 추천하고 정리하는 걸로 하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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