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신드롬' 언제까지?..."생존 어렵다" vs "시장 더 큰다"

1999년 7월 서울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스타벅스1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제공=스타벅스커피코리아

1999년 7월 서울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이 문을 열었다. 미국에서 스타벅스를 들여온 신세계그룹이 이대 앞에 첫 매장을 연 것은 사업 성패를 가늠하기 위해서였다. 출발부터 타깃은 젊은 여성이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하지만 '밥값보다 비싼 외국 브랜드 커피'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았다. "이대생들은 비싼 커피만 마신다"는 비난 여론은 물론 스타벅스 일회용 잔을 들고 다니는 여성을 '된장녀'라고 비하하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2015년 12월 대학생 이민석씨(24)는 일주일에 4∼5번은 집이나 학교 근처 커피전문점에 간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책을 읽거나 음악도 듣는다. 식사는 값싼 학생식당에서 해도 커피값은 아끼지 않는다. 기분이나 바이오리듬에 따라 다른 맛 커피를 골라 마신다. 이씨 같은 소비자를 일컬어 '코피스족'(커피+오피스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스타벅스가 국내에 상륙한 지 16년, 대한민국이 '커피 공화국'으로 변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핵심 상권에는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이 들어서 있을 정도다. 커피시장이 포화상태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커피점 창업 후 3년 안에 문닫는 자영업자가 절반 이상이지만 예비창업자의 사업아이템 1순위는 여전히 커피전문점이다.

◇커피전문점 5만개 시대…수입량 최대치 경신=9일 한국기업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4만9600개다. 2007년 2305개에서 2010년 8038개, 2013년 1만8000개로 늘더니 지난해와 올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3만여개에 달하는 전국 편의점수보다도 훨씬 많은 수치다.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1호로 꼽히는 스타벅스는 전국 매장이 720개고,이디야(1752개), 엔제리너스(920개), 카페베네(900개) 등의 순서다. 커피전문점이 늘면서 2011년 1조3800억원이던 시장 규모도 지난해 2조5000억원까지 커졌다. 3년만에 81% 성장한 셈이다. 커스믹스 등 인스턴트 커피와 RTD(바로 마실 수 있는 포장음료)까지 합하면 총시장 규모는 5조4000억원에 달한다.


커피 수입량은 매년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관세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수입량은 13만3732톤(5억2729만달러)로 2004년보다 3.6배 커졌다. 올해는 10월 현재 수입량 11만3751톤으로 연말까지는 14만톤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는 1인당 평균 1주일에 12.3회 커피를 마신다고 밝혔다. 주식인 쌀밥(7회), 배추김치(11.8회)보다 많은 횟수다.

◇커피점 창업해도 될까?…"생존 어렵다" vs "시장 더 큰다"=커피전문점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저가 커피점이 늘고 있다. 커피전문점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도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저가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서다.

이와 관련, 국내 커피 시장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펴낸 '2014 서울 자영업자 업종지도'를 보면 커피전문점 창업 후 생존율은 1년차 76.9%에서 2년차 55.8%, 3년차 47.4%로 나타났다. 3년 안에 절반 이상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경쟁격화로 업계 1위인 스타벅스 역시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5.3%로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지만 입지나 메뉴를 차별화한다면 아직 성장 여력이 있다는 견해도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 커피전문점이 몰려 있지만 지방에는 아직 입지가 좋은 곳이 있다는 것이다. 김갑용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장 포화 경고에도 커피전문점 시장이 매년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것은 커피소비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도심을 벗어나 도시 외곽이나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성공 창업사례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