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동거도 제도속으로"… '터부家' 풀린다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정부가 미혼모와 동거(사실혼) 등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인식 전환을 추진한다. 2017년부터 '인구절벽'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서류상 결혼을 하지 않은 비혼(非婚) 가족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다. 관련 입법도 검토된다.


그간 종교계의 반발이 심했지만,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저출산·고령사회가 위기 수준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계도 마냥 반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인구절벽 문제가 그동안 전통적으로 금기시됐던 가족형태의 인식전환을 종용하고 있다.

정부가 17일 심의한 '대한민국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에는 한부모·동거 가족에 대한 인식개선 과제가 포함됐다. 단연 눈에 띄는 내용은 '동거관계 등록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동거 가족을 사회적으로 수용한다는 내용이다.

동거관계 등록제가 도입되면 수술 동의, 의료기록 열람,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임대주택 배정 등 동거 가정도 결혼 가정과 동일한 혜택을 누리게 된다. 물론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은 일종의 방향성만 제시한 것으로, 정책으로 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원뿐 아니라 정부가 참여한 중장기전략 연구작업반이 동거 문제를 중장기 경제발전전략에 명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책적 의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포용적 가족관'에 의지를 한차례 엿보였다. 정부는 지난 10일 확정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통해 다양한 비혼·동거 가족에 대한 사회·제도적 차별 금지를 명시했다.

내용도 상대적으로 구체적이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이들 가정에 대한 차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가족관계등록법 개정과 함께 가족관계증명서 상 미혼모의 사생활 보호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비혼·동거 가족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확인된 만큼 어느 수준까지 논의가 이어질지 관심사다.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서 성공한 것으로 평가 받는 프랑스의 사례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

프랑스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2.08명이었다. 하지만 불과 20여년 전인 1993년에는 합계출산율이 1.66명까지 떨어져 있었다. 프랑스는 가족수당을 지급하는 등 강력한 저출산 대책을 내세워 출산율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주목 받은 또 다른 정책은 시민연대협약(PACS)이다. 1999년 제정된 이 제도는 동거 가정도 결혼 가정과 동일한 사회적, 법적 지위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동거를 하더라도 양육수당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정부의 고민은 단순히 차별금지라는 선언적 구호에 머물지 않는다.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현실적인 고민이 담겼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21명으로 홍콩과 마카오 등 도시국가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미혼모와 동거 가족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 출산율을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종교계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등 사전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비혼·동거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가정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