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핫트렌드]'나이들수록 지혜롭다' 괜한 말 아니네…문장구사력 70대 최고조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 그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가들은 대부분 7순이 넘은 나이에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최근 과학자들은 문장 어휘력은 70대에 최고조에 달한다고 주장했다/사진=quotes.lifehack.org<br>

나이를 먹어 늙어가면 신체의 모든 기능이 바래진다. 어쩔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뇌는 어떨까? 비교적 덜 빨리 늙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마찬 가지다. 기억력이 쇠퇴하고, 심지어 알츠하이머 질병도 많이 나타난다. 그러면 "나이 들수록 지혜로워진다"는 말은 괜한 소리일까?

지난 2004년 8월 서울을 방문한 197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에사키 레오나(江山寄 玲於奈) 박사는 사이언스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노벨상(과학부분) 수상자의 조건은 10대 중반과 20대 초반 사이에 이미 결정된다"는 말을 들려주었다.

당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최한 '유엔대학(UNU) 글로벌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도쿄(東京)대학 물리학부에 재직 중인 에사키 교수는 무엇보다 호기심과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말을 남긴 것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영감은 젊었을 때 나와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그렇듯이 음악가와 작곡가들도 젊었을 때 영감을 얻고 발휘한다. 영감과 창의력은 기억과 사고력이 풍부한 젊었을 때 발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번뜩이는 창의성이 필요로 하는 과학자, 예술가들이 그렇다.

문학도 상당히 창의력을 요구하는 분야다. 그러면 풍부한 어휘력과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재치 있고 세심한 감각적인 단어,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글의 경우는 어떨까? 여기에서는 두 종류로 나뉘어 지는 것으로 보인다. 짧은 시의 경우 능력은 젊었을 때 최고조에 이르는 반면 인생의 삶이 담겨 있는 길고 유장한 소설 대부분은 나이가 들었을 때 나온다.

소위 문호로 추앙 받는 사람들의 경우가 그렇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1818~1910)가 그의 대표작 ‘전쟁과 평화’를 낸 때는 1869년이다. 그리고 팔순에 가까운 시기인 1899에 왕성한 필력을 과시해 ‘부활’을 출간했다. 구상에서 완성까지 60년이 걸렸다는 괴테(1749~1832)의 대작 ‘파우스트’도 그가 죽기 바로 1년 전인 1831년인 83세에 완성됐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기억력과 어휘력은 분명 관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 기억력이 과연 문학작품의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많다는 것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강한 단기 기억력과 어휘력과의 연관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종류별로 나이에 따라 반짝이는 시기 달라

지난 8월 미국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인용, 인간의 어휘력은 계속 성장해 늦게는 70세에 최고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한 인간 지능은 종류별로 나이에 따라 반짝이는 시기가 서로 다르다고 언급했다.

우리 주위엔 60살이 되어서도 20살 때처럼 어리석고 또한 젊은 시절의 영민함이 나이와 함께 처참히 퇴색해버린 사람이 얼마든지 있다. 그런가 하면 만년필 세대이면서도 PC는 물론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는 고령자도 많다.

성인 지능에 관한 연구들은 정신적 명민함이 반드시 나이와 함께 바래지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다. 연구팀을 이끈 MIT의 조슈아 하트숀 박사 후 연구원은 저널 'Psychological Science'에 실린 논문에서 "인간의 신체적 능력은 나이가 들면서 변한다"고 말했다.

걷고 달리고 점프하고 기어오르는 등의 신체적인 능력은 유아기 때부터 상향곡선을 그렸다가 20대 초반부터는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정신 능력 역시 이렇게 올랐다가 내려갈까? 이에 대해 하트숀 연구원은 "두 가지 상반된 아이디어가 존재한다. 나이 들수록 둔화되지만, 또한 나이 들수록 지혜로워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트숀 연구원과 동료들은 노화에 따른 인지 능력 발달과정을 자세히 살펴본 뒤 능력에 따라 발달하는 시기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름과 얼굴을 빨리 기억하는 것처럼 일찍 성숙하는 능력도 있고 어휘와 배경지식처럼 나중에 성숙하는 능력도 있다는 것이다.

◇정보처리 능력은 18세가 꼭지점

이렇게 도출한 결론에 의하면 인간의 지능은 나이가 들면서 변한다. 숫자나 이름, 팩트 등을 흡수해 재구성하는 정보 처리 속도는 18세에 꼭지점을 찍은 후 급격히 둔화된다. 그러나 IQ는 65년 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면 다른 종류의 지능은 어떨까? 정보를 저장하고 조작하는 작업기억 능력은 20대 중반에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35세 때부터 쇠퇴한다. 이때는 정서 지능(EQ)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진 속 사람들의 눈을 보고 그들의 정서 상태를 파악하는 능력은 40세 경 절정에 이르고 60세에 이르러 바래지기 시작한다. 연구팀은 "20대와 40대의 차이는 엄청나다"고 말한다. 어휘력 역시 계속 성장해 늦게는 70세에 최고조에 이른다.

고무적인 징조가 아닐 수 없다. 이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70대까지 학습을 계속한다면 적어도 삶의 지혜가 녹아 있는 문장능력은 퇴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이 자주 쓰는 상투어 "늙은 개에게 새로운 재주를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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