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7000원? 안사요"… 재래시장 정초부터 '울상'

2일 종로구 광장시장 내부/사진=김주현 기자

"절반은 줄었어요. 시장 구경 오는 사람들은 많아졌지만 매출은 반토막입니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48년 째 생선장사를 하고 있는 이모씨(64)는 불과 1년 사이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며 혀를 찼다. '손님은 줄고 물가는 오른다'며 토로하는 그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


때마침 한 주부가 이씨에게 고등어 가격을 물었다. 이씨가 7000원이라고 답하자 손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를 떠났다. 이씨는 "작년에는 4000원에 팔리던 고등어 한 마리가 지금은 7000원까지 뛰었다"며 "손님들이 가격을 듣고 그냥 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2일 광장시장 입구에 들어선 먹거리를 파는 노점 앞에는 거리를 빠져나오기 힘들만큼 많은 인파가 운집해 있었다. 그러나 수산물, 의류, 정육점 등의 상점이 위치한 광장시장 내부로 들어서자 행인은 3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다. 그 중에서도 봉지나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는 사람은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이씨는 "예전에는 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 가게 앞을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 였다"며 "지금은 이곳에 장을 보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다른 상인들도 불황 속에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하소연했다. 시장에서 30년이 넘도록 남성복 노점을 운영해온 이모씨(77)는 "재작년에 비하면 매출이 3분의 2는 줄었다"며 "새해 첫 날인 어제는 하루종일 옷을 8벌 팔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도매상에서 10벌씩 가왔는데 이제는 6~7벌만 가져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2일 종로구 광장시장 내부. 상점이 들어선 골목에는 먹거리를 파는 곳에 비해 손님들이 많지 않았다/사진=김주현 기자

이곳에서 25년 째 정육점을 운영해오고 있는 김모씨(60)는 "몇 년 전만해도 아내와 직원까지 동원해 하던 장사였는데 지금은 혼자 가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 2년 사이 고기를 사가던 근처 식당들이 문을 닫아 매출이 20%는 줄었다. 일반 손님 상대의 소매로는 가게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김씨는 "어제는 새해 첫 날이었지만 '나와서 장사를 해 봤자 얼마나 팔겠냐'는 생각에 가게 문도 열지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시장 곳곳에 위치한 상회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시장서 13년 째 상회를 운영 중인 박모씨(55)는 해가 지날수록 줄어드는 손님 탓에 걱정이 크다. 박씨는 "요즘 시장까지 와서 김, 북어, 조기를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이제는 단골들만 가끔 가게를 찾는 정도"라고 말했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도 오르기만 하는 물가에 고개를 저었다. 주부 박모씨(53·여)는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만 오르고 있어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장에 자주 나오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이곳도 마냥 가격이 싼 것은 아니더라"며 "나온 김에 장을 보려했는데 결국 아무것도 구매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시장 상인들은 물가 인상과 더불어 풍속이 변하면서 2016년도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상회를 운영하는 박씨는 "요즘은 제사를 지내는 사람도 많이 줄어든 데다 가까운 곳에 슈퍼마켓이 많이 생겨 시장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고 있다"며 "구정이 있는 2월이 되면 지금보다는 사정이 나아지겠지만 예전같은 매출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