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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풍경, 당신의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MT서재] '작가의 창'…창을 통해 본 50개 도시 50명 작가의 세계

MT서재 머니투데이 신혜선 부장 |입력 : 2016.01.10 08:09|조회 : 5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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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 풍경, 당신의 세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창은 세상으로 연결된 길이다. 동 터오는 새벽의 색을 먼저 알려주는 곳, 아침에 일어나면 바깥 공기를 가장 먼저 마실 수 있게 하는 도구. 때론 창이 주는 풍경에 넋을 놓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도 있다. 사방이 막힌 감옥의 작은 창은 한 줄기 빛을 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마저도 없는 지하 공간에 고립된 경우라면 우리는 마음의 창을 만들 수밖에 없다.

범인도 그럴진대, 자기만의 세계를 고집하는 작가들은 더 할 것이다. 건축가이면서 일러스트레이터인 마테오 페리콜리가 그 점에 착안했다.

저자는 뉴욕에 대한 책을 위해 자료를 조사하는 동안 작가들의 창이 작가의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았다. 가까이서 세상의 많은 풍경을 담거나, 반대로 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멀리하는 사례까지 다양했다.

'작가의 창'은 세계 50개 도시에 사는 50명의 작가가 '자신만의 창 풍경'을 글로 담은 책이다. 더불어 저자가 알고 있는 해당 도시의 이미지에 각 작가가 소개한 풍경을 더해 완성한 그림을 첨부했다.

작가 무라카미 류의 창 '일본 도쿄(98p) vs 작가 해리스 칼리크의 창 '파키스탄 이슬라바마드'(88p)
작가 무라카미 류의 창 '일본 도쿄(98p) vs 작가 해리스 칼리크의 창 '파키스탄 이슬라바마드'(88p)

목차를 살피다가 국내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밀려있는, '퇴폐 소설가'로 오해받는 '무라키미 류'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도쿄 신주크 고층 호텔에 박혀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가 그린 고층 호텔 창밖의 도쿄 풍경은 "우글거리며 모여 사는 군집 대신 잎이 우거진 초록 나무"다. 그러나 "마천루를 내다보며 완공 전에 세상을 떠나 결과를 볼 수 없게 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죽으면 누릴 광경이 없어진다는 뻔한 말의 시각적 이미지 같다"는 사유로 이어진다.

평소 가고 싶었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도 눈에 띈다. '해리스 칼리크'라는 생소한 작가지만, 짧은 글과 그림 한장으로 '그 도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그의 창은 "해가 타오르는 오후나 주홍색 노을 덕에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이른 저녁, 사무실에서 테라스 쪽으로 더 넓은 풍경"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는 그 풍경 뒤에 사는 이들을 잊지 않고 독재자의 역사도 되새김질한다. '그 부유한 동네에 둘러싸인 판잣집이나 으리으리한 집 뒷마당의 좁아터진 별채'에 사는 이들'이나 '파이잘 모스크의 가늘게 보이는 하얀 첨탑'을 보면서 거기에 묻힌 '파키스탄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를 떠올린다.

그는 비 오는 거리를 보기 위해 창을 열고 테라스에 나서기도 한다. 그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작은 물웅덩이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종이배를 접으며 놀고 있는 모습'이다. "강렬한 슬픔과 거대한 희망이 괴기하게 섞이며 내 마음을 애워쌌다"는 작가의 고백이다.

오르한 파무크 작가의 창 '터키 이스탄불'(책 20p)
오르한 파무크 작가의 창 '터키 이스탄불'(책 20p)


동서양 문화가 교류하는 터키 이스탄불의 창도 매력적이다. '오르한 파무크'의 창은 58년간 매 여름에 갔던 섬 풍경을 안고 있다. 그는 지리적 위치의 의미 그대로 "(창) 왼쪽에는 아시아가, 가운데에는 보스포루스해협과 마르마라 해로 열린 물길을 갖고 있다"고 서술한다.

"멋진 풍경이 (글쓰기에) 방해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받지만, 작가의 답은 "아니다"이다. 오히려 작가는 그 창을 "계속해서 쓰도록, 독자는 계속해서 읽도록 확신 받는지 알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한다.

네이딘 고디머 작가의 창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46p)
네이딘 고디머 작가의 창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46p)
반면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네이딘 고디머'(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는 창과 풍경에 '엄격'하다. 그는 창밖으로 "나의 정글이 보인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작업할 때는 창을 두고 벽을 마주한다.

그의 책상은 창문에서 떨어져 있다. 그는 작가에게 경치 좋은 방이 필요하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그는 "몽가네 월리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경리정책) 기간에 독방에 갇혀, 감옥에서 멀리 떨어진 풍경에 대한 시를 썼다. 아모스 오즈는 중동의 정치, 역사, 정신 속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소설을 집의 다락방에서 썼다"고 소개한다.

그는 창밖의 경관 대신, 자신만의 경관이 필요하다고 한다. "누군가를 알게 되면 그들이 자아내거나 그들을 에워싼 경치에 완전히 빠져들기 때문"이다.

창을 통한 모습이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또 모르는 작가지만, 다채로운 사유의 과정과 글쓰기 세상을 맛볼 수 있다. 저자가 손 펜으로 그린 그림이라 도시의 색을 입히는 것은 전적으로 독자의 자유, 페이지 순서대로 읽지 않고 궁금한 도시, 궁금한 작가를 우선 골라 읽으면 그만이다.

잠시 나의 창을 생각한다. 내가 가진 풍경은, 나의 세계는 어떤 모습이었던가. "일을 끝마쳐야 진짜 경치를 즐길 수 있다"는 에트가르 케레트의 말처럼 바쁜 일상을 핑계로 내 풍경 하나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며 사는 건 아닌지.

◇ 작가의 창-글쓰기의 50가지 풍경=마테오 페리콜리 지음. 이용재 옮김. 마음산책 펴냄. 180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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