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이건희 회장의 예언, 애플·삼성전자의 앞날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진다. 삼성도 어찌 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2010년 3월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드러낸 위기감의 일성이다.


오는 9일 병상에서 75세 생일을 맞는 이 회장이 이 같은 전망을 내놓은 지 채 6년도 되지 않은 2016년 1월. 전세계 IT 기기 시장을 주름잡던 애플과 삼성전자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전세계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의 주가는 7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2014년 10월 이후 1년 2개월 여 만에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기준(1주당 96.45달러) 5377억 4000만달러(약 644조원)로 내려앉았다. 올 들어 애플 시가총액은 주가하락으로 약 520억 달러(약 62조 원)가 줄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숙과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 업체의 저가공세로 애플의 아이폰 판매 하락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애플은 올 1~3월 사이 아이폰 6s와 6S플러스 모델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30% 줄인다는 얘기가 들린다.

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가이던스 발표에서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보다 17.5%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53조원에, 영업이익 6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4년연속 매출 200조를 돌파해 200조 34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26조 3700억원을 냈다.

4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2.5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감소 폭이 컸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14.3%에서 4분기에는 11.5%로 2.8% 포인트 떨어졌다.

직전 분기보다 이익이 줄어든 것은 지난 3분기 환차익으로 8000억원 정도가 영업이익에 반영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휴대폰 사업의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든든히 받혀줬던 반도체 부문의 이익이 줄면서 삼성전자 전체실적 하락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IT 기업들의 공세가 삼성전자는 물론 애플에게도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는 단순히 IT 제품뿐만 아니라 철강, 자동차, 조선 등 전 산업분야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중국 기업 공세'의 한 단면으로 해석된다.

세계의 하청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다시 세계의 원청 공급자로 나선 중국의 위상 변화에 따른 시장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주요 선진 메이저 제조업체들이 싼 임금을 무기로 한 중국을 하청기지로 활용해 제품을 생산한 후 이를 전세계에 팔았다. 한 단계 진화해 중국 국민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중국 시장에 이를 직접 파는 것까지는 선진기업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중국 기업들이 자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국 내 내수시장에서 남아도는 제품들을 전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하면서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경희대 객원교수)은 "이제는 F(Factory: 공장)가 아니라 C(Client: 고객)의 시대가 됐다"며 "누가 더 많은 소비자를 갖고 있고, 그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갖고 뭘 하느냐를 아는 것이 힘이다"며 중국 기업들의 강점을 말했다.

전 소장은 스마트폰이 표준화된 상황에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클라이언트와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샤오미나 화웨이보다 삼성과 애플이 시장에서 불리하다는 것.

정영록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제품이 표준화돼 신기할 게 없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비슷한 성능에 싼 가격의 제품을 선택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부품을 싸게 살 수 있는 바잉 파워를 갖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 삼성이나 애플에 비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제품이 성숙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는 한국이나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의 4분기 이익하락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 주가는 장중 한때 1.98%까지 상승했다가 전일보다 0.69%(8000원) 오른 117만 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