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요금 20년전의 반값, 안전도 절반?…LLC 11년 '명암'

1995년 항공기를 타고 '김포-제주' 노선을 오가려면 약 10만 원을 주고 항공권을 사야 했다. 지금은 5만원 정도면 하늘길을 통해 김포에서 제주를 오갈 수 있다. 20년 전보다 항공 티켓값이 절반 수준으로 되레 내려간 것이다. 2005년 국내 항공시장에 저비용항공사(LCC)가 등장한 이후 생긴 변화다.


◇항공여행 대중화, 10년만에 '하늘길' 장악 = LCC의 신규 시장진입은 국내 항공산업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한 LCC들이 잇따라 설립되면서 항공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졌다. 비싼 비행기값 탓에 버스나 기차를 이용했던 고객들은 이제 주저없이 LCC를 이용한다. 해외여행을 갈 때도 싼 값의 LCC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LCC의 출현으로 '항공여행 대중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과점하고 있는 항공시장 지형도도 다시 그려졌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5개 LCC의 국내선 점유율은 54.4%까지 올라왔다. 2008년 9.7%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대형 항공사를 훌쩍 앞질렀다.

잇단 중장거리 시장 진출로 국제선 분담율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008년 0.03%에 불과했던 LCC의 국제선 점유율은 지난해 14.2%까지 뛰었다. 진에어는 지난해 말 LCC 최초로 장거리 노선인 '인천-호놀룰루' 노선 취항을 시작하기도 했다. LCC의 장거리 취항이 늘면 대형 항공사가 쥐고 있는 국제선 시장의 비교우위도 빼앗아올 것이란 관측이 많다.

◇'비용절감' 수익늘었지만 '안전불감' 도마에= 항공여행 대중화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가 '명(明)'이라면 끊이지 않는 안전 우려는 '암(暗)'으로 꼽힌다. LCC가 취항을 이어 온 지난 10년 간 인명사고는 사실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대형 사고로 이어질 만한 위기 사례는 많다. 지난달과 이달 초 잇따라 발생한 제주항공 급강하나 진에어의 긴급 회항 사태가 대표적이다.


업계 안팎에선 LCC가 추구하는 과도한 '저비용-고수익' 구조가 안전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내 5개 LCC는 설립 초기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서 2013~2014년 2년 연속 모두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원가를 낮추고 비용을 최대한 줄여야 수익이 나는 구조이다보니 가장 중요한 안전시스템과 조종사·정비사 등 핵심 인적자산 투자에는 소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LCC의 절반 이상이 대기업 계열로 구조조정이나 수익확보를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스타와 티웨이를 제외하면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 제주항공(애경그룹)이 대기업 계열사다.

내년 상반기 취항을 앞둔 에어서울의 경우 기존 LCC의 공세로 고전하는 아시아나가 경영 효율화를 위해 꺼내든 카드다. 업계에선 아시아나 비수익 노선과 감축 대상 인력이 에어서울로 이동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계열 항공사는 모기업의 비용절감 압박과 관료문화 이식으로 안전 등 비용투자에 상대적으로 인색하게 되는 가질 수밖에 없다"며 "규모가 커지고 성장하는 만큼 안전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