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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최태원의 고백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6.01.11 06:20|조회 : 7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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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소설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시대의 성자’로 통하지만 그의 인간에 대한 정의는 역설적이다. “인간은 영혼이라는 이름의 짐을 지고 다니는 육체라는 이름의 짐승이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듯이 인간은 신의 아들이 아니라, 총명하지만 부도덕한 짐승에 불과하다.”

인간을 정의하면서 ‘신’이나 ‘영혼’보다 ‘육체’와 ‘짐승’에 방점을 찍는다면 “결혼을 사랑, 섹스, 가족이라는 우리의 모든 희망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으로 보는 것은 순진한 착각”이라고 지적한 ‘시대의 현자’ 알랭 드 보통의 주장에도 수긍할 수밖에 없다.

알랭 드 보통은 ‘인생학교’에서 “결혼생활은 침대시트와 비슷하다. 한쪽을 제대로 펴놓으면 다른 쪽이 더 구겨지거나 흐트러지고 만다. 그러므로 완벽을 추구하면 곤란하다”고 말한다.

알랭 드 보통은 나아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모든 욕구에 대해 성적으로, 감성적으로 평생 해결사가 돼야 하는 비상식적이고 야만적인 지금의 결혼제도가 진짜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를 근거로 그는 탈선과 외도는 비뚤어지고 절망적인 행동이 아니라 사실은 비밀스러운 모험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결혼생활의 결핍을 채우려는 시도라고 설명한다.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부부가 외도의 충동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지 않는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그것은 두 사람 모두 날마다 감사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기적이다.” 그렇지만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아 한쪽이 실수했다면 상대방은 배신당했다며 그냥 분노를 터뜨릴 게 아니라 스스로를 성찰해 보라고 주문한다. 배우자와의 대화에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인색했는지, 괜히 사소한 일에 성질을 부리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매력적으로 가꾸는데 얼마나 소홀했는지 등을 말이다.

#SK 최태원 회장과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에게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기의 결혼으로 주목받은 이들의 사랑도 28년의 시간 앞에선 패배자로 막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최태원 회장은 ‘자연인 최태원’으로서 아내와의 결별을 고백하기에 이르렀다.

“종교활동 등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해봤지만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 공개되는 게 두렵기도 하고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솔직하게 개인적인 치부를 밝히고 결자해지하려 한다. 어떤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한다.”

이에 대해 주변에서 전하는 노소영 관장의 대응도 주목할 만하다. “이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으며 가정을 지켜나갈 것이다. 남편은 피해자고, 내가 상대방의 감정을 읽지 못했고, 상처를 입혔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과정이다.”

최태원 회장의 고백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조강지처를 버린 남자’쯤으로 매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부부가 만나 30년 가까이 함께 살면서 외도의 충동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지 않는 ‘기적’을 일으키지 못한 게 과연 일방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일일까. 더욱이 최태원·노소영 부부는 사랑과 결혼의 패배자이긴 하지만 아직은 서로 품위를 잃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한 사람은 ‘기적’을 일으키지 못한 데 대해 솔직히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 또 다른 사람은 외도를 저지른 상대방에 대해 배신당했다며 분노하기보다 모두 자기 탓으로 돌리는 ‘품위를 잃지 않는 패배자’ 최태원·노소영 부부에 대해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고 보듬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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