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몽고식품? 오너 갑질 없는 회사를 찾으려면

머니투데이

김지예 잡플래닛 COO

아직 2016년이 실감나지 않아서, 이제는 작년이 되어버린 2015년을 돌이켜봤다. 인상적인 사건들을 떠올리고 보니, 2015년은 오너 갑질의 해였다. 대한항공 (20,250원 ▼300 -1.46%)의 땅콩 회항 사건의 열기가 채 식기 전에 한해가 시작됐는데, 몽고식품 회장님의 운전기사 폭행 논란으로 마무리됐다.

2016년에는 이런 오너 갑질이 사라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 첫 칼럼은 갑질 없는 회사의 특징을 공유해서 구직자들이 이런 기업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오너가 없는 회사는 있어도 오너 갑질이 없는 회사가 어디 있냐고?' 있다. 보통 잡플래닛 만족도가 3.5점 이상이면 상위권으로 볼 수 있는데, 경영진 만족도가 3.5점인 기업이 32개나 된다.

경영진 만족도가 좋은 곳, 오너 갑질이 없는 회사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우리는 어떤 점을 체크해야 오너를 대면하지 않고도 인격적 대우 보장을 확신할 수 있을까?

경영진 만족도가 높은 기업의 장점에는 반드시 수평적인 기업 문화가 등장한다. 이러한 수평적인 문화는 직급이나 나이에 상관 없이 서로 배려하는 태도와 사원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경영진의 마인드에 기인한다.

잡플래닛 리뷰에 따르면 부동산앱 직방 서비스를 운영하는 (주)채널브리즈는 '대표님도 신입사원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곳'이다. 굳이 벤처기업이어서 이런 문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제조회사인 ASML코리아의 리뷰에도 '수평적인 분위기'가 등장한다. “눈치 볼 필요가 없고 자유롭다”고 설명한다. 거긴 외국계기업이라 그런거 아니냐고? 그럼 여긴 어떤가. (주)디와이 (5,660원 ▼120 -2.08%)(구. 동양기전)는 1978년에 설립된 한국 제조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장점으로 '인간 존중에 기반한 수평적인 문화'가 언급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는 경영진은 일방적이지 않고 말이 통하는 중간 관리자를, 그리고 존경과 신뢰를 아는 사원을 만든다. 회사에 꼰대가 없으니 이유 없이 까라고 하는 사람도, 깔 필요도 없다. 사람들은 이런 문화를 ‘수평적이다’라고 묘사한다.

또한, 경영진 만족도가 높은 기업에서는 “직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고 성과에 대한 보상이 명확하게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이건 어떤 인과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생뚱맞게 들릴지 모르지만 투자와 보상은 경영진과 직원 사이의 신뢰에 관한 문제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당장 산출물을 확인할 수 없다. 회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어떤 가치가 더해질지 알 수 없다. 때문에 경영진은 먼저 계산기를 두드리기 보다 회사의 자산이 직원임을 확신하는 마인드에서 출발해야 한다.

출발선이 직원에 대한 신뢰이기 때문에, 투자와 결과는 회사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나누는 보상으로 연결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직원에 대한 경영진의 신뢰는, 경영진에 대한 직원의 신뢰로 이어진다. (주)상화기획 리뷰에서는 “인센티브 준다고 해놓고 다른 소리하는 회사들과는 달리 준다고 했으면 무조건 준다. 대표를 신뢰할 수 있다”라는 표현이 있다. "약속을 지킬 줄 알고 야근하고 있으면 자꾸 출몰”하는 대표이기 때문에, 직원으로서 존중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

이밖에 “우리 회사에 있는 최고의 전문가가 대표님이기 때문에 존경할 수 밖에” 없다는 솔선수범 전문가형 경영진들도 눈에 띈다. 원래 업계에서 유명한 분인 경우도 있지만 “끊임없이 공부하는” 경영진인 경우가 많다.

경영진 만족도가 높은 기업들은 대체로 총 만족도 역시 높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경영진 만족도가 높은 기업이라고 해도 업무와 삶의 균형 점수만큼은 낮은 경우가 제법 된다는 사실이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비록 몸은 힘들지만 훌륭한 분과 일하기 때문에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고 봐야 할까?

그것보다는 자신의 야근과 주말근무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지 이해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경영진을 비롯한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하는게 맞지 않을까.

참고로 잡플래닛에서 경영진 만족도가 가장 높은 기업은 페이스북코리아다. 아무리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지만, 이것만으로 마크 저커버그를 칭찬하는건 좀 오버스러우려나.

◇김지예 잡플래닛 운영총괄이사(COO)는… 2013년 황희승, 윤신근 공동대표와 함께 잡플래닛을 공동 창업했다. 창업 이전에는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서비스 그루폰의 한국지사에서 COO로 재직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