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차려본 설 차례상…'재래시장 9만원 vs 백화점 16만원'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은 얼마나 들까. 설 연휴를 보름 앞둔 지난 19일 가성비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적의 차례상 쇼핑 장소를 찾아 서울 마포구 일대 재래시장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 3곳에서 장을 봤다.

총액은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저렴했다. 하지만 일부 품목의 경우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할인 이벤트를 활용하면 재래시장보다 더 싸게 구입할 수도 있었다.


◇재래시장이 무조건 싸다?…품목별 비교 꼼꼼히 해야
차례상에 올라오는 주요 식재료인 소고기·돼지고기 1근(600g), 조기 1마리, 사과·배 3개 등 모두 19가지 품목의 가격을 비교했다. 음식장만에 필요한 부재료는 모두 제외했다.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재래시장이 9만4880원으로 가장 낮았고 대형마트가 11만6920원이었다. 백화점은 16만3450원으로 가장 높았다. 고기류나 생선류 등 차례상차림에서 비중 높은 식재료는 재래시장이 가장 저렴했다.

한우 설도 부위의 경우 한 근 기준으로 재래시장은 2만원, 대형할인마트는 2만5080원이었다. 백화점은 같은 등급 한우 기준 앞다리를 판매했고 가격은 1근에 3만6000원 수준이었다.


사과·배의 경우도 재래시장이 9750원으로 백화점(2만4100원)보다 절반 이상 저렴했다. 조기 한마리 가격도 큰 차이를 보였다. 중국산 조기 1마리를 재래시장에서는 2500원에, 대형마트는 4990원에 각각 팔았다. 백화점은 국내산 조기를 8500원에 내놨다.

근소한 차이지만 재래시장이 오히려 비싼 경우도 있었다. 특히 일부 공산품은 백화점보다 가격이 높았다. 부침가루(1㎏)는 대형마트가 1570원으로 재래시장(1800원)보다 13% 정도 저렴했다.

제사상에 올리는 청주의 경우 재래시장이 4980원(700㎖ 기준)으로 가장 비쌌다. 대형마트는 4720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백화점이 4850원이었다.

같은 브랜드의 닭고기를 대형마트에선 7800원에, 재래시장에서는 7000원에 각각 판매했다. 행사 중인 백화점에선 6700원에 팔았다. 나물은 3곳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300g 기준으로 국내산 고사리는 재래시장이 6000원, 대형할인마트가 5980원, 백화점이 6400원 등이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래시장, 대형할인마트, 백화점은 각각 장단점이 따로 있고 저렴하게 파는 품목들도 서로 다르다”며 “장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품목을 미리 생각해두고 분류해 장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흥정도 좋지만 추운 재래시장, 편하지만 돈 새는 마트·백화점
총액만 놓고 보면 재래시장이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만족도가 높다. 물건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흥정이 오갔고 ‘덤’도 쌓였다. 하지만 직접 장을 보는 입장에선 불편한 것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최근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이 추진되면서 공간이 넓어지고 상인들의 서비스도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주차공간은 부족했고 깨끗함과 편리함에선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떨어졌다.

특히 재래시장을 찾은 날은 한강 물이 얼 정도로 가장 추워 비바람을 막아주는 천장 덮개도 설치돼 있었음에도 매서운 추위를 막지는 못했다.

좋은 점들도 많다. 최근엔 시장 안에서 카트 이용이 가능해 무거운 물건을 많이 사도 이동이 편리했다. 무게가 나가는 채소들을 판매하는 일부 상인들은 직접 차가 있는 곳까지 물건을 배달해주겠다고도 했다.

정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1000원~2000원 단위에선 가격 흥정도 가능하다. 한 과일 가게 주인은 “안에 들어오면 더 좋은 물건이 많으니 한번 구경해 보라”며 “1000원 정도 더 깎아 주고 주차돼 있는 곳까지 배달도 해주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침샘을 자극하는 길거리 음식들은 장보기에 즐거움을 더했다.

반면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물건을 편하게 구입하는데 최적화됐다. 비슷한 품목들이 모여있어 가격을 비교하기에 편했고 최소한의 이동이 가능했다. 특히 날씨와 상관없이 장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이었다.

낱개로 진공 포장된 물건들은 신선해 보였고 각종 채소들이 가지런히 진열된 모습도 깨끗했다. 원산지 표기면에서도 신뢰가 갔다.

다만 대형마트는 ‘1+1 할인 이벤트’ 등으로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백화점은 ‘유기농’을 내세워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는데 같은 유기농별로도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주부 최 모씨는 "평소에 가격이 저렴한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려고 한다"면서도 "다만 날이 춥거나 시간이 부족할 때는 마트에서 장을 본다. 재래시장에서 장볼 때보다 보통 3만~4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