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D로 싸우는 지상파-케이블, 속내 보니 결국 '재송신료'

/사진=유정수 디자이너

케이블TV(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지상파 방송사 간 주문형비디오(VOD)를 둘러싼 갈등이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케이블TV 가입자들은 올들어 보름 가량 일부 지상파 방송 다시보기를 볼 수 없었다. 양측이 이달 말까지 협상을 재개키로 했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양측 모두 배수진을 친 탓이다. 이번 VOD 협상이 재송신료 협상의 전초전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와 SO 모두 주 수익원 매출이 감소하면서 재송신료는 실적과 직결된 민감한 현안이 됐다.


재송신료는 SO가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수급해 이용자에게 송출하는 대가로 지상파 방송사에게 지급하는 비용이다. 양측은 가입자당수수료(CPS)를 내는 방식으로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 지상파는 CPS를 기존 280원에서 400원, 많게는 450원까지 올릴 것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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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광고 줄고 재송신료 비중은↑ VS. 영업이익 줄어든 SO '비용절감'

올해 재송신 재계약을 두고 양측의 대립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주요 원인은 어려워진 시장 환경에 있다. 재송신료가 SO 입장에서는 최대한 줄여야 하는 비용인 반면 지상파 입장에서는 매출을 손쉽게 늘릴 수 있는 수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회사의 재송신료 협상 결과가 다른 곳까지 미치는 영향을 알기 때문에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며 "VOD 협상도 이런 과정에 얽혀서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우선 지상파 방송사는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광고 매출이 감소세다. 2014년 지상파 방송광고시장은 1조9013억원으로 전년보다 8.3% 줄었다.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도 전년보다 2.2%포인트 감소했다. 증가하고 있는 매출 분야는 재송신료(재전송료)다. 재전송료 수익은 1551억원으로 전년보다 23.6%가 증가했다. 전체 방송 사업 매출에서 방송수신료·재송신료 비중은 19.8%로 2012년 16.9%보다 늘었다.


반면 SO는 더 밀릴 수 없는 절벽에 서 있다. IPTV(인터넷TV) 와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용자 대상 수신료를 올릴 수도 없고 가입자 수는 매년 감소세다. SO의 2014년 방송매출은 전년보다 1.4%, 영업이익은 8.6% 감소했다. 수신료 매출은 2012년에 최고치(1조2075억원)를 찍은 후 감소 중인데 재송신료 비용은 증가한 영향이다.

/사진=유정수 디자이너

◇이달 말까지 VOD 협상, 재송신료와 연계 불가피…정부 중재 가능할까

이번 VOD 협상이 재송신료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이유는 지상파 방송사의 요구안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재송신료 갈등을 빚고 있는 개별SO 10개사에게는 VOD 공급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VOD를 공동 수급해오던 SO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이 콘텐츠 대가와 관련 해 합의해 놓고도 계약은 진전이 없다.

이에 맞서 CJ헬로비전, 티브로드, 현대HCN 등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광고 송출 중단 카드까지 꺼내들면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연대가 깨지면, 다음 재송신료 협상에서도 여지없이 밀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관련 업계는 정부가 중재를 나섰지만 결론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재송신료 갈등을 풀기 위한 전문가 협의체를 꾸리기도 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이와 얽힌 VOD 사태도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이해 당사자들이 이 참에 재송신 대가 지급 형태부터 산출 기준까지 전반적인 틀을 제대로 정립해야 매년 반복돼온 산업내 갈등과 시청권 위협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