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계 조용히…" 재점화된 국민의당 내홍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의당이 22일 다시 내부갈등설에 휩싸였다.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김관영 의원이 이진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혀 공개되면서다.

이날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확대기획조정회의 도중 김 의원이 이 고문으로부터 받은 문자에는 "한상진 꺾고 안철수 계(?) 조용히 있으라 하고 다시 한번 심기일전", "소통공감위장 받고 일로 정리 쫘악 해주고", "비례 받고" "소공 이라는 이름으로 젊은이들 쫙쫙 영입하고"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의원은 이 고문에게 "답 나왔네 그길로 쭉쭉"이라는 답장을 작성했다.

문자 내용 중 '한상진 꺾고 안철수 계(?) 조용히 있으라 하고'라는 부분이 논란이다. 당 주축인 안 의원이나 한상진 공동 창준위원장과의 반목으로 해석될 소지가 짙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이 고문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고문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비례대표 공천 등 조건을 제시한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김 의원은 다만 '답 나왔네 그길로 쭉'이라는 답장을 작성한 데 대해서는 대답을 피했다.

당내에선 이달 초부터 안 의원과 창준위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한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탈당 일부 의원간의 알력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전날 전남 보성과 광주에서 잇따라 개최한 첫 시·도당 창당대회에 김 부위원장이 불참하면서 안 의원과의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양측은 "중요한 인사영입 일정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김 부위원장은 창당대회 하루 전 밤까지 연설문을 다듬는 등 참석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 측 관계자는 "몇몇 인사를 영입하려고 했지만 안 의원 측근 인사들의 반대로 진행이 안 됐다"고 전했다. 인재영입을 두고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8일 첫 인재영입으로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 허신행 전 농림부 장관, 이승호 전 육군 준장, 안재경 전 경찰대학장 등 보수인사 5명을 발표하며 중도 유권자 공략에 나섰지만 일부 인사의 비리 혐의가 드러나자 3시간 만에 3명을 철회했다.

당시 일부 의원들이 당 주도권을 잡으려고 자기 사람을 심으려다 일어난 사태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당은 이틀 뒤인 지난 10일 안 의원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국민회의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의 전화를 받고 회의장 밖으로 나가 통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앞서 김한길계 인사인 문병호 의원이 안 의원과 한 위원장에게 "박영선 천정배 모시고 오면 좋겠습니다"라고 보낸 문자를 지난 18일 기조회의에서 다시 보다가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전날 밤 의원단 연찬회를 열어 새벽 2시까지 4시간 넘게 이어진 격론 끝에 김한길계 3선 호남 의원인 주승용 의원을 원내대표로 합의 추대한 데 이어 이날 확대기조회의에서 장병완 정책위의장을 선임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한 이후 당 기조회의와 의원단 회의에 줄곧 불참하다 이날 처음으로 기조회의에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8일 창준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뒤 건강악화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윤여준 위원장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서면서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였지만 기대했던 '윤여준 효과'도 무색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