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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 박현주의 '메멘토 모리'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입력 : 2016.01.2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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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회사를 만들 것이라는 꿈은 있었지만 대우증권을 인수할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개인적으로 축복이며 감동이다. 미래에셋과 대우증권의 만남은 시너지가 상당하다. 증권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이고 착각이다. 리더들이 불가능한 상상을 해야 한국경제가 부진의 늪을 벗어날 수 있다. 리더가 패배주의에 빠지면 ‘금융의 삼성전자’는 나타날 수 없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KDB대우증권을 인수한 뒤 포효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쳐 새로 출범하는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자기자본이 8조원에 이르러 국내 1위 증권사로 발돋움한다. 미래에셋을 아시아 1위 금융투자사로 키워 모간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그의 꿈도 무르익는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광야의 선지자처럼 “우리 사회가 타성에 젖어 야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질타한 박현주 회장의 꿈은 이루어질까.

미래에셋과 박현주 회장이 가는 길은 다른 기업들은 가지 않는 길이다. 한국 최고 제조기업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은 돈이 되지 않는 비주력계열사들을 잇달아 매각하고 드디어 삼성생명 본사 사옥까지 팔았다. 다가올 위기에 대비한 철저한 현금확보 전략이다.

국내 1등 금융지주사인 신한금융그룹은 삼성의 거듭된 제의에도 본사와 인접한 삼성생명 사옥 매입을 거부했다. 지금처럼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는 투자를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이나 신한금융이 이런 판단을 내린 게 타성에 젖어 야성이 사라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2조4000억원이란 가격에 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과 박현주 회장의 선택이 전적으로 옳았다고 볼 수 있을까. ‘승자의 저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근 몇 년 새 이루어진 대형 금융사 M&A 중에는 실패하거나 재미를 보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게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다. 4조원에 인수한 외환은행을 지금 판다면 절반가격이나 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대단한 시너지를 내는 것 같지도 않다.

박현주 회장은 ‘금융의 삼성전자’를 말하고 미래에셋을 아시아 1위를 넘어 모간스탠리나 골드만삭스처럼 글로벌 1등 금융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서브프라임 경제위기 때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해 글로벌 금융사 도약을 시도한 노무라증권은 돈만 날리고 실패했다. 중국 금융사들의 경우도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몇 손가락 안에 들지 몰라도 이들을 진정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인정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금융은 규제산업이며, 슬로(Slow) 비즈니스고, 네트워크 비즈니스다. 원화는 달러처럼 기축통화가 아니다. 한국어가 영어가 아니라는 점도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단언컨대 한국 금융사들은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일류기업이 될 수 없다. 일본이나 중국도 금융업에서만큼은 1등 기업이 나올 수 없다.

고대 로마에서는 원정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는 장군이 시가행진을 할 때면 노예를 시켜서 행렬 뒤에서 큰 소리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고 외치게 했다. ’메멘토 모리‘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고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경고의 뜻으로 생겨난 풍습이다. 로마가 세계를 제패한 것은 바로 이런 절제와 겸손함 때문일 것이다.

대우증권을 인수해 국내 1등 증권사로 도약한 미래에셋과 박현주 회장이 지금 가슴에 새겨야 할 말은 축복, 감동, 금융의 삼성전자,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 야성 같은 단어가 아니라 ‘메멘토 모리’일지도 모르겠다. 박현주 회장이 ‘금융의 로마제국’을 건설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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